「헤겔 르네상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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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헤겔」은 오늘날 세계적으로 새로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헤겔연맹 주도로 지난 6월18일부터 4일간 유서 깊은 「헤겔」 탄생지 서독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세계철학자대회의 열기는 이를 반증해준다. 지난 75,81년에 이어 6년만에 열린 이번 세번째 대회에선 「칸트 이후의 형이상학은?」이란 가위 현대철학의 사활이 걸린 대주제가 다루어졌다.
전체논문발표자 64명중 아시아인으론 일본인 두명과 필자뿐이었다.
일본측은 거의 언제나 그랬듯 선불교에 입각한 원경험문제를 「피히테」 의 절대아의 원리와 연결해 새로운 형이상학이론의 정립가능성을 제시한데 반해 필자는 논문 「자기매개적 시원의 변증법」을 통해 「헤겔」논리학의 「존재론」첫머리에서 다루어진 「학의 시원」 문제를 바탕으로 그의 전철학 사상이 얼마나 뿌리깊게 동양과 서양, 사상과 현실, 이론과 실천의 양면을 하나로 응어리지게 하는 포괄적인 체계인가 하는 점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대회장은 연일 8백여명의 청중으로 붐볐으며 불꽃 튀는 발표와 토론이 계속됐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P·F·스트로슨」(옥스퍼드) 「H·G·가다머」(하이델베르크) 「D·헨릭히」(뮌헨) 「O·푀겔러」(보쿰) 「F·풀다」(하이델베르크) 「M·부어」(동베를린) 「아비네리」(예루살렘) 「H·퍼트남」(케임브리지) 「R·부브너」(튀빙겐) 「H·J·잔트퀄러」(브레멘)등이 돋보였다.
마지막날인 21일 회의에선 지난 17년간 위원장으로 일한 「헨릭히」의 완강한 사퇴의사에 따라 「풀다」가 신임위원장에 선출됐다.
국제헤겔연맹은 지난 62년 서독하이델베르크에서 창설됐다. 그것은 「헤겔 르네상스」의 여파였다. 1831년 「헤겔」이 타계한 후 약1백년이 지난 1920년대까지 주로 「키에르케고르」「마르크스」「니체」를 거쳐 신칸트학파가 위세를 떨쳤던 동안만 해도 잠잠했던 「헤겔」철학이 새로운 부흥을 맞이한 데는 아마도 뿌리깊은 서양합리주의 정신의 맥이 바로 그의 웅대한 철학사상과 변증법적 논리의 힘으로 거듭날 수밖에 없었던 시대사적 배경이 주인을 이루었다고 하겠다. 그 후 두차례에 걸친 전쟁의 참화속에서 깨어난 철학의 몸부림은 50년대에 이른바 제2의 「헤겔」르네상스를 맞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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