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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에 이은 충청 맹주 심대평의 승부수 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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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중심당이 1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대의원과 당원 등 1만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공동 대표에 선출된 심대평 충남도지사(왼쪽)와 신국환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17일 국민중심당의 창당대회. 지도자들은 한 옥타브를 올렸다. 심대평 공동대표는 "제1야당은 민생을 내팽개쳤고, 집권당은 독선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외쳤다. 이인제 의원은 "한줌도 안 되는 주사파의 정권을 쓸어버리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열기가 따라오지 못했다. 대회장인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엔 당원 1만500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박수치는 이는 반도 안 됐다. 함성은 곧 흩어졌다. 심대평 그룹의 앞길은 험난해 보였다.

한국 정치에서 지역당의 생명력은 한(恨)과 정체성, 그리고 지도자의 카리스마다. 10년 전인 1995년 봄. 김종필(JP)은 최형우 의원을 필두로 한 상도동계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었다. JP는 뛰쳐나와 자민련을 만들었고, 충청인은 똘똘 뭉쳤다. 자민련은 그해 6월 지방선거와 이듬해 총선(의원 50명 당선)에서 우뚝 섰다.

그러나 잠시였다. 보수파 JP는 97년 진보파 김대중(DJ)과 합쳐 집권했다. 충청도의 한과 자민련의 정체성은 흩어졌다. 자민련은 2000년 의원 17명, 2004년에 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중심당의 심대평은 무엇을 잡고 갈 것인가. 행정도시로 충청도의 경제적 한은 풀리고 있다. 70년대 후반 JP가 실세총리였을 때 심 대표는 총리실 직원이었다. 이후 그는 행정가로 성공했지만 정치적 카리스마는 갖지 못했다. 3선 도지사지만 자민련의 온실 충남에서 당선된 것이다. 그는 충청도민의 연민을 자극할 고난의 행군을 한 적이 없다.

이를 아는 듯 심 대표는 정체성에 승부를 걸고 있다. 중도실용주의, 그리고 '정당 사상 처음'이라는 분권형 지도체제를 내세운다. 그러나 한나라.민주당, 심지어 열린우리당에도 실용주의는 많이 있다. 국민중심당의 그것이 어떻게 다른지 유권자는 쉽게 알지 못한다.

심대평의 국민중심당은 의원 5명으로 조촐하게 출발하고 있다. 쇠락한 정당 자민련의 유산 일부를 물려받고 재건축에 들어갔다. 모든 신당이 그렇듯 국민 중심의 운명은 결정적으로 선거에 달려 있다. 95년 JP는 시.도지사 4명, 기초단체장을 23명이나 당선시켰다. 현재 대전엔 열린우리당 염홍철 시장의 아성이 있고, 충남에서도 열린우리당이 지지율 1위다. 충북은 한나라당이 거세다.

지방선거의 강을 겨우 건너도 심 대표에게는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이인제 의원이 충남지사가 되면 카드로 써볼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게 불투명하다. '고건 영입'도 있지만 그가 선뜻 타기에 국민 중심이란 말은 너무 작다. 대선 폭풍 속에서 국민중심당은 민주당, 그리고 기타 세력과 합쳐질지 모른다. 심대평의 길은 위태롭다.

◆ 국민중심당 지도부=공동대표는 심대평 지사와 신국환 의원이며, 원내대표는 정진석 의원이 맡았다. 이 밖에 이인제.류근찬.김낙성 의원이 참여했다. 이에 따라 5월 지방선거에서 기호 5번을 배정받게 되며 선거가 있는 해인 올해 30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김진 정치전문기자<jinjin@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 바로잡습니다
18일자 4면 국민중심당 창당대회 사진은 11일 열린 대전광역시당 창당대회 사진(上)이 잘못 게재돼 바로잡습니다.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는 아래 사진이 맞습니다. 국민중심당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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