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크레인으로 불난 빌라 일가족 5명 구한 원만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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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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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2일 오후 8시쯤 경기도 부천시 여월동의 한 골목. 한 빌라 뒤편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올랐다.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은 담을 넘어 인근 빌라 건물로 번졌다. 곧 1~3층이 화마에 휩싸였다. 주민 일부는 집 밖으로 피신을 했지만 4층에 사는 일가족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베란다로 나와있었다. 당시 베란다엔 아이 3명과 성인 2명이 있었다.

하지만 소방사다리차는 너무 큰 데다 주변에 설치된 전선으로 베란다까지 닿지 못했다. 모두 발을 동동 구르던 그때 한 시민이 다가왔다. 간판업체를 운영하는 원만규(51)씨였다. 그는 소방관들에게 "우리 집에 2.5t 크레인이 있는데 그걸 사용하면 될 것 같다. 사다리 차를 빼면 크레인으로 구조하겠다"고 말했다.

원씨는 이후 자신의 집으로 달려가 크레인을 가지고 화재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어 소방관을 태운 크레인을 공중으로 올려 베란다에 있던 일가족 5명을 구했다.

당시 이 화재로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9대가 불에 타고 건물이 전소되는 등 소방서 추산 5억47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났다. 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천시 관계자는 "원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고 말했다.

원씨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당시 현장을 목격했을 때 구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이 하루 빨리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천시는 원씨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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