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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위안부 합의, 한국 정권 바뀌어도 실행해야"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중앙포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중앙포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8일 "한·일 위안부 합의는 한국 정권이 바뀌어도 실행해야 한다"며 서울 일본대사관과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송된 NHK 프로그램 '일요토론'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의 한·일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라고 서로 확인했다"며 "일본은 성실히 의무를 실행해 10억 엔(약 103억원)을 이미 출연했다"고 말했다.

아베는 부산 소녀상 설치와 관련해 "한국이 확실히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 정권이 바뀌어도 (위안부 합의를) 실행하는 것이 국가의 신용 문제"라고 밝혔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인지 사회자가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일요토론'은 일본 정부가 부산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의 일시 귀국과 한·일 통화스와프 협의 중단 등 대항 조치를 발표한 지난 6일 사전 녹화됐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지난 6일 파리 시내 호텔에서 일본 기자들을 만나 "한국에 소녀상 문제를 포함한 한·일 합의의 착실한 실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녀상 설치가 극히 유감이라는 일본의 입장을 보여주고 소녀상 문제에 대해 본국에서 의논을 하기 위해 대사를 일시 귀국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은 유감이지만 한국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8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평화적 해결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6일 황 권한대행과의 전화통화에서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엄중한 가운데 한·미·일이 협력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이 평화적인 외교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날 아베 총리에게도 전화를 걸어 일본의 대항 조치와 관련한 상황 악화를 우려하며 자제를 주문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아베는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일 정부가 책임을 갖고 시행해 나가는 것이 계속 중요하다. 이것에 역행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한국을 비판했다.

아사히는 바이든 부통령이 황 권한대행과 아베 총리와 잇따라 전화 협의를 가진 데 대해 "미국이 한·일간의 균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라며 미국의 중재 노력에 주목했다. 미국은 지난 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회의에서 위안부 소녀상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양국에 우려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일 언론은 전했다. 한·미 외교 소식통은 "당시 일정이 맞지 않던 오바마 대통령 대신 바이든 부통령이 한·일 양국에 미국의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나가미네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부산총영사는 9일 도쿄행 비행기를 타고 일시 귀국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와 기시다 외상에게 한·일 정세를 보고하고 소녀상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6일 사설에서 "지금 요구되는 것은 (한·일) 양국과 미국이 2015년 12월 합의가 무너지도록 내버려둘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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