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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발바리' 잡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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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충남경찰청은 16일 199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간 대전과 충북 청주 등을 중심으로 100여 명의 여성을 성폭행해온 혐의로 40대 중반 남성의 검거에 나섰다. 유전자(DNA) 감식 수사 기법이 일반화한 99년부터 지금까지 60건에 이르는 성폭행 피해 여성들로부터 채취한 용의자의 DNA가 이 남성 것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해 충남지역에서 음주 측정을 거부해 혈액검사를 받은 운전자들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이 연쇄 성폭행범과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L씨(대전시 대덕구)를 찾아냈다. 경찰이 확인을 위해 이 남자의 주거지를 찾아가 그가 피운 것으로 추정되는 담배꽁초를 수거해 감식한 결과 역시 DNA가 일치했다. 경찰은 유전자 감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범행까지 포함하면 이 용의자가 성폭행한 여성이 1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씨는 165㎝ 정도의 작은 키에 체구는 마른 편이다. 또 턱이 뾰족하다. 피해 여성들은 범인에 대해 한결같이 "몸에서 악취가 나고 신체 특정 부위가 컸다"고 진술했다. L씨는 최근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행방을 감췄다.

이 용의자는 경찰 등에서 '발바리'라는 별명으로 불려왔다. 이는 95년 대전 둔산 지역에서 여성 연쇄 성폭행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용의자가 발바리처럼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와 범행을 저지르고 재빨리 달아났다고 피해자들이 진술한 데서 유래한다. 당시 용의자는 주로 운동복 차림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새벽에 귀가하는 여성의 뒤를 몰래 뒤쫓아가 여성이 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따라 들어간 뒤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충남경찰청 이철구 강력계장은 "과거 둔산 지역에서 범행할 당시 '발바리'는 유전자 감식을 피하기 위해 피해 여성을 강제로 목욕시키는 치밀함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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