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송현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지난 2014년과 지난해 허리 위까지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잘라냈습니다. 파마나 염색도 일체 하지 않고 길렀던 머리카락이었죠. 소아암 환자들의 가발을 만드는 데 보내는 ‘모발 기부’를 위해서였습니다.
소아암 환자들은 화학적 항암치료 도중 부작용으로 탈모를 겪기도 합니다. 이 같은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서는 가발 전문 기업인 하이모와 함께 가발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이 가발을 제작하는 데 모발 기부가 많이 필요합니다. 가발 1개를 만드는 데 30~40명 정도의 모발이 필요합니다. 소아암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기부된 모발이 어떤 가발에 사용되는지는 확인해 주지 않습니다.
머리가 길다고 해서 다 기부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소아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가발을 만들려면 몇 가지 조건에 맞는 모발이 필요합니다.
첫째,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의 머리카락만 기부가 가능합니다. 미용실 시술뿐만 아니라 집에서 자연염색이나 파마를 시도했던 머리카락도 기부할 수 없습니다. 시술을 했던 머리카락의 경우, 제작 과정에서 많이 상해서 가발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단, 시술한 머리카락 부분을 다 잘라내고 새롭게 머리카락을 기르면 기부가 가능합니다.
둘째, 길이가 25㎝ 이상이어야 합니다. 소아암 아동들이 원하는 머리 스타일의 맞춤가발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긴 머리카락이 필요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건강해 보이는 머리카락을 기부했다고 해도 가발 제작을 위해 머리카락 큐티클 정리를 하면 조금씩 짧아지기 때문에 충분히 길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부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증할 모발의 끝 부분을 묶은 뒤 잘라서 비닐포장 후 우편으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로 보내면 됩니다. 보낼 때엔 이름과 연락처, 주소, 이메일을 반드시 적어야 해요. 박스 포장이 아닌 서류봉투에 넣어서 보내는 게 좋다고 합니다. 발송 비용은 기부자가 선불로 부담합니다.
기부된 모발은 최장 3주 안에 접수 확인이 됩니다. 확인이 되면 협회에서 문자를 보내 알려줍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홈페이지(www.soaam.or.kr)에서 개별적으로 감사장도 출력할 수 있습니다.
첫 모발 기부는 어머니의 얘기를 듣고 한 것입니다. 막연히 신기하고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한 번 기부를 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앞니가 부러진 적이 있었어요. 거의 5개월 동안 치과 치료를 받으며 앞니가 부러진 채로 다녀야 했는데, 그 기분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창피해서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입을 벌리는 것 자체에 자신이 없어서 말수가 적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경험으로 남들과 다른 외모가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물론 백혈병 환자들의 상황과 비교할 수 없이 작은 아픔이었겠지만,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엔 충분했습니다. 그 마음으로 머리카락을 길러 다시 기부하게 됐어요.
기부를 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머리 감기가 귀찮을 때도 있고, 또 머릿결을 관리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또 막상 다 기르고 나면 자르기 아깝고, 소중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제 머리카락으로 다른 이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다니, 정말 멋진 일 아닌가요? 머리카락을 기를 수 있다면, 이 멋진 일에 동참해 보세요.
기부 머리카락 보낼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로1길 80(연남동 564-34)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모발기부 담당자 앞)
글·사진=송현서(강원외고 1)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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