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따뜻한 인간미 가득한 과학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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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홍박사의 과일상자
홍성욱 지음, 나무나무
256쪽, 1만5000원

과학기술은 차갑고 딱딱하며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교수인 지은이는 이는 오해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엄밀함과 객관성을 내세우며 이성·논리·실험을 강조하다 보니 이런 ‘의문의 일패’를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은 사실 예술이나 문학처럼 창의적 상상력과 따뜻한 인간미가 풍부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를 증명하려고 과학기술이 얼마나 ‘즐거운 쇼쇼쇼’인지를 보여주는 짧고 톡 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꾸준히 올려왔다. 디지털로 기록됐던 ‘사이다’ 같은 내용을 활자매체로 옮겼다. 영화·그림·사진 등을 앞세워 소개하는 과학 이야기와 과학자의 삶에선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예로 엘리베이터를 보자. 미국인 기술자 일라이셔 오티스는 1852년 줄이 끊어져도 바닥에 충돌하지 않도록 안전 브레이크를 장착한 엘리베이터를 개발했다. 대중이 믿지 않자 그는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에 직접 타고 안전을 증명했다. 엘리베이터가 대중의 신뢰를 얻어 확산하기 시작한 계기다. 이듬해 창업된 오티스 엘리베이터는 지금도 살아남아 6만5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한해 1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과학기술의 바탕은 인간의 신뢰임을 보여준다. 과학은 멀리 있지 않고 과학자도 따뜻한 체온을 가졌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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