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화장실에서 환풍기 틀고 담배 피우면…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극초미세먼지(PM 1.0)가 5분 안에 아래·위층 가구로 확산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한, 화장실 환풍기를 켜놓고 흡연해도 아래·위 가구 화장실의 환풍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담배 연기가 급속도로 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환경과학연구원 심인근 연구사는 5일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의 ‘금연정책포럼 11호(Tabacco Free)’에 ‘공동주택 내 흡연으로 인한 미세먼지의 층간 확산 정도 및 관련 요인’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심 연구사는 주민이 입주하지 않은 신축 공동주택에서 흡연 가구를 기준으로, 아래층 1지점과 위층 2지점을 조사했다. 사람의 호흡기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흡연인형을 사용해 3초당 1번의 들숨과 날숨으로 담배 1개비를 피우는데 약 3분 30초 정도 걸리도록 설정한 뒤, 환풍기 작동 여부에 따라 담배 연기 확산 정도를 분석했다. 실험과정 중 총 담배 3개비를 연속해 사용했다.

실험 결과, 흡연 가구만 환풍기를 켜고 나머지 가구는 환풍기를 끈 상태에서는 5분 이내에 극초미세먼지가 위·아래 가구로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PM 1.0보다 크기가 큰 초미세먼지(PM 2.5)의 경우 중력에 의해 흡연 시작 시점부터 천천히 아래 가구로 내려가면서 4시간 이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위 가구로는 초미세먼지가 이동하지 않았다.

또 아래 가구와 흡연 가구 환풍기를 작동시키고 위 가구 환풍기는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위·아래 가구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 초미세먼지는 위 가구에만 영향을 미쳤으며, 극초미세먼지는 아래 가구에도 확산해 실내로 유입됐다.

402호에서 흡연을 하면, 담배 오염물질이 세대간 확산 거동이 실측 값과 유사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사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402호에서 흡연을 하면, 담배 오염물질이 세대간 확산 거동이 실측 값과 유사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사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수직으로 배치된 아파트 전체 가구 화장실 환풍기를 작동시킨 경우와 흡연 가구를 포함한 위 가구의 환풍기를 가동한 경우에는 흡연 가구에서 발생한 흡연 미세먼지가 주변 가구로 확산하지 않는 것으로 측정됐다. 이는 공용 환기구로 여러 가구가 배기하는 ‘굴뚝효과’에 의해 흡연에 의한 미세먼지가 공동주택 상부를 통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심 연구사는 “이번 조사는 그 동안 정성적·감각적으로만 인지하던 층간 흡연 문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해 공동주택 실내 흡연이 타세대의 실내공기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세대 내 화장실 기계 환기 조건에 따라 담배연기가 타세대로 확산하는 양상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