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매너포트, 이병호·손학규 등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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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손학규 전 고문(오른쪽)을 만난 폴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 [손 전 고문 페이스북]

지난해 12월 31일 손학규 전 고문(오른쪽)을 만난 폴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 [손 전 고문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위원장이 최근 방한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과 여야 정치인을 잇따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매너포트는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초청으로 지난해 12월 30일 방한해 2박3일간 서울에 머물렀다. 공식 행사인 12월 30일 중기중앙회 간담회에선 “트럼프 당선인은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잘 작동하고 있고, 양자 간 무역협정의 대표적 우수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서 김종인·안상수 등도 면담

매너포트의 행보가 주목받은 건 방한 이튿날인 12월 31일 일정 때문이다. 숙소인 신라호텔에서 이 국정원장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과 연쇄회동을 했다.

매너포트와 1시간가량 만난 손 전 고문은 “한·미 간 상호 관심사와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매너포트는 한국 정치 상황에 관심이 꽤 많아 보였다”고 전했다. 안상수 의원은 “매너포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어떻게 될지, 차기 대선에선 누가 당선될지에 대해 궁금해했다”며 “트럼프 측에선 ‘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고, 대만과의 관계를 활용해 중국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대표와는 오찬을 함께하며 국내 정세에 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병호 원장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지 알려지지 않았다.

외교부는 “매너포트의 방한은 개인 자격”이라는 입장이다.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이나 서울의 주한 미국대사관에도 별도의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3일 그의 방한과 관련한 질문에 “외교부로선 아는 바가 전혀 없 다”고 답했다. 로비스트이자 정치 컨설턴트인 폴 매너포트는 지난해 3월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으며 4월부터 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 언론들이 그가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로비와 자문을 해주고 1270만 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로 트럼프 캠프 및 인수위에선 아무런 공식 직위를 맡지 않았다.

유지혜·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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