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생했는데 철새 먹이주기 행사…서산 양계농가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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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충남 서산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판정이 나온 가운데 조경규 환경부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철새 먹이주기 행사를 개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계농가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서산에서는 지난 2일 인지면의 한 농가에서 사육 중인 토종닭 10마리 가운데 5마리가 폐사했다. 정밀검사 결과 2마리가 AI 양성판정을 받았다. 서산시는 해당 농가를 긴급 방역하고 관리지역(500m)과 보호지역(3㎞) 내 28개 농가에서 키우는 가금류 630여 마리를 긴급 살처분했다. 대규모로 닭을 키우는 농장으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서산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양계농가들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잘못하면 다 죽는다. 집 밖으로 나오지도 마라”며 긴장의 끊을 놓지 않았다. 자체 방역을 강화하고 일제소독도 했다. 일부 양계농가 주민은 마을회의나 장례식장에도 가지 않을 정도였다.

비슷한 시각, 인근 천수만에서는 철새 먹이주기 행사가 열렸다. 환경부장관과 충남도, 서산시 공무원 20여 명이 참가했다. 먹이주기는 매년 1~2월 사이 열리는 행사로 올해는 AI 때문에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고 한다. 조 장관 등은 버드랜드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뒤 행사장을 이동한 것으로 알렸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서산버드랜드 측은 “예정된 행사라서 취소하기가 어려웠다”며 “철새 먹이주기가 오히려 AI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드랜드는 AI 확
산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휴관 중으로 관람객 입장이 금지된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년 열리던 행사로 먹이주기가 제대로 이뤄지는 지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며 “차량을 모두 소독했고 실제 먹이주기에는 소수의 인원만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충남 외에도 전북 등 서해안지역에서 철새 먹이주기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철새가 내륙으로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서 머물도록 하는 데 먹이주기가 큰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계협회 서산지부 안진식 회장은 “마을에 초상이 났는데도 AI 때문에 밖에도 못 나가고 전화로만 조문했다”며 “이렇게 민감하고 위험한 때 그런 행사를 개최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서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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