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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혁신·책임경영…불확실성 시대 공동 화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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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위기극복, 변화와 혁신, 책임경영.

재계 신년사로 본 2017 경영
삼성 “갤노트7 교훈 잊지 말아야”
현대차 “R&D로 새로운 미래를”
LG “창업 정신 다시 새겨야 할 때”

정유년(丁酉年)을 맞은 재계 수장들이 2일 발표한 신년사의 핵심 키워드다. 이들은 국내에서는 국정혼란과 내수침체, 대외적으로는 미국·중국의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저성장 등의 위기가 중첩돼 있다는 현실에 인식을 같이 했다.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 방안은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며,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미래기술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표시했다. 계열사 간 책임 경영을 통한 빠른 의사결정도 강조했다.

위기 극복

국내 대기업들이 위기를 강조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특히 올해는 위기를 말하는 그룹 총수들의 신년사에서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주재로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신년회를 열었다. 구 회장은“LG 창립 70년을 맞는 지금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우리 앞에 전개되는 새로운 경영 환경을 볼 때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사업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고 위기를 넘어 영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큰 위기이자 기회”라며 “올해를 퀀텀 점프의 첫해로 삼자”고 강조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허들링 2017’을 올해의 경영지침으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공동의 생존을 위해 각자의 지혜와 힘을 모아 위기를 뛰어넘자”고 강조했다.

변화와 혁신

삼성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열사 별로 시무식을 했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쓰러진 이후로 그룹 차원의 신년하례식은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은 이날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 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갤럭시노트7 리콜과 단종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은 데 대한 언급이다. 권 부회장은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은 사소한 문제도 타협해서는 안 된다”며 “공정 개선과 검증 강화를 통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딥 체인지(Deep Change·큰 변화)’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다. 이날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진행된 신년식에서 “2017년 경영방침을 ‘딥 체인지’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로 정했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그 방법론으로 ▶구성원 모두 패기로 무장 ▶경영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세 가지를 제시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SK그룹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인 만큼 협력업체, 해외 파트너, 나아가 고객과 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들과 서로 돕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경영

그간 그룹 차원의 신년 하례식을 해왔던 현대차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계열사별 시무식을 했다.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강조하면서 그간의 관례를 깬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고 사내 인터넷망을 통해 별도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정 회장은 “올해 세계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내실 강화와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전략도 제시했다. 고급차·친환경차 등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간 10개 차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할 것임을 밝혔다. 또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변화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올해 목표한 글로벌 825만대 생산·판매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올해는 현대차가 창사 50주년을 맞는 해이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그는“올해 그룹 정책본부가 축소, 재편되면서 각 계열사의 현장 중심 책임경영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각 계열사는 기술개발·생산·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고 말했다. 검찰 수사 이후 신 회장이 직접 약속한 ‘준법경영’도 강조했다. 신 회장은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춘 기업만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임직원 개인의 도덕적 판단과 자율적 행동이 수반돼야만 (준법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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