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황우석은 검찰수사 결과를 잠잠히 기다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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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제 황 교수는 스스로 요청한 검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밝힐 때다. 이번 사태도 따지고 보면 그가 외부활동에 치우쳐 연구의 중간점검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일어난 것 아닌가. 막판까지 여론을 볼모로 삼아 대국민 설득을 시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우리 사회를 더 헷갈리게 할 뿐이다. 순진한 연구원들을 병풍처럼 도열시킨 장면 역시 어색하다. 한 달 전 초췌한 모습으로 병원에 입원할 때와 같은 연극의 냄새가 풍긴다. 황 교수가 이런 이벤트로 실종된 줄기세포가 살아나고 논문 조작이 덮어질 것으로 판단했다면 착각이다.

우리도 황 교수가 제기한 의혹들이 검찰 수사에서 모두 사실로 입증되기를 바란다. 원천기술과 뛰어난 후속 연구 성과들이 모두 진실로 밝혀지길 기대한다. 그래야 국민의 실망감도 반감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박한 소망조차 흔들리는 게 비극이다. 그동안 줄기세포가 없는 것보다 더 안타까운 게 양심과 진실의 실종이었다. 과학자들끼리 가장 비과학적 방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이전투구하는 광경을 신물이 날 정도로 목격했다.

이제 검찰이 신속한 수사에 착수한 만큼 소모적인 공방전은 중단돼야 한다. 과학연구가 사법 판단의 도마에 오르는 것부터 부끄러운 현실이다. 그러나 과학계의 미래와 우리 사회의 양심을 위해서도 진실은 가려져야 한다. 줄기세포 사건이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흔드는 상황을 마냥 방치할 수 없다. 검찰은 더 이상 거짓이 판치지 못하도록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민은 조용히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