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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2018년엔 까칠하게 살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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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까칠하게 사는 것은 한 해 더 미뤄야 할 듯하다. ‘까탈스럽다’가 표준어로 추가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든 생각이다. “까칠하게 구네”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나 “까탈스러운 입맛”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여태 ‘까탈스럽다’가 표준말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이도 있지만 ‘까다롭다’만 표준어로 인정해 왔다. 의미가 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때 널리 쓰이는 단어만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라서다. 이번에 ‘까탈스럽다’를 별도의 표준말로 인정한 것은 그 쓰임이 일상화된 점을 반영한 결과다.

‘가탈스럽다’보다 센 느낌을 주는 ‘까탈스럽다’가 사전에 올랐으므로 더불어 ‘가탈스럽다’도 표준어로 인정한다. ‘까탈스럽다’는 트집을 잡아 까다롭게 구는 일을 이르는 ‘가탈’의 센말인 ‘까탈’에 형용사를 만드는 접사 ‘-스럽다’가 붙은 형태다. 성미나 취향 따위가 원만하지 않고 별스러워 맞춰 주기에 어려운 데가 있다는 뜻이다. 성미나 취향 따위가 원만하지 않고 별스럽게 까탈이 많다는 ‘까다롭다’와 의미상 다소 차이가 있다.

성격을 드러내는 말로 ‘까칠하다’는 여전히 바른 표현이 아니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는 책 제목처럼 성질을 나타내는 말로는 사용할 수 없다.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고 조금 거칠다는 뜻밖에 없다. 유사한 쓰임의 ‘까슬까슬하다’엔 성질이 보드랍지 못하고 매우 까다롭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하는 ‘까칠하다’에 까다롭다는 뜻이 포함돼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내년엔 ‘까칠하다’에 이런 의미가 추가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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