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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 벌이는 반기문·김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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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반기문(左), 김종인(右)

반기문(左), 김종인(右)

1월 중순 귀국 예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사이에서 ‘밀당(밀고당기기)’이 벌어지고 있다.

반 총장 측 ‘김종인과 연대’ 언급에
김 “반 총장 어떻게 할지 두고봐야
그쪽이 만나자고 하면 만날 것”
문재인 “반, 구시대서 늘 누려온 분”

이제 시작이지만 반 총장이 임기 단축론을 포함한 김 전 대표의 개헌 주장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다. 반 총장 측 인사들도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대 후보로 김 전 대표를 고려(본지 12월 29일자)하고 있다는 말을 꺼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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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표 측도 29일 반 총장 측과 물밑 접촉이 있음을 인정했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반 총장이 아직은 확실하게 정치적 행동을 안 하고 있어서 당장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단 반 총장이 귀국해 본인이 어떻게 하는지를 두고 봐야 한다”며 “지금 뭐라고 얘기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가 그들과 무조건 연대를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반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만날 것”이라며 여지도 남겼다. 촛불 정국 이전 “반 총장은 평생 외교관 생활만 했지 정치인이 아니다”고 했던 것과는 다른 뉘앙스의 발언이다. 실제 김 전 대표는 최근 본지 기자와 만나 “내년 2월쯤 돼야 대선 판이 보일 텐데 지금 거론되는 주자 중에서 제3지대에서 (대선에) 나올 사람은 반 총장 말고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 적도 있다.

반 총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숙 전 유엔대사는 이날 “귀국에 앞서 반 총장은 대선 승리를 위한 최적의 (정치권 진입) 타이밍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 인사는 “김종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과의 연대가 정치적 의미가 있고 성사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겠느냐”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는 본인이 반드시 대선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매우 강해 그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반 총장 측이 김 전 대표와의 연대를 적극 모색하는 것은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개혁보수신당에 입당해 후보가 되거나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과 손을 잡은 ‘충청당’ 이미지로는 대선 승리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 총장 측 관계자는 “귀국 직후 반 총장이 생각하는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한 뒤 공감하는 세력을 반 총장을 중심으로 규합해야 문재인 후보에게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 측 관계자도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해서는 두 분이 뜻이 맞는 것 같다”며 “한 분은 외교·안보(외치), 다른 분은 경제(내치)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기문·김종인 연대 가능성에 문재인 전 대표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고(故) 김근태 전 고문 5주기 추모식에서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적폐 청산을 하려면 다음 정부는 결코 과도정부일 수 없다”며 “오히려 5년 임기도 짧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기 단축 개헌을 말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이야기”라고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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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표는 지난 27일 “개헌을 하면 임기 단축이 저절로 되는 것”이라는 김 전 대표의 발언에 “우리 당과 생각이 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김 전 대표는 우리 당의 큰 자산이고 생각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다”고 서둘러 수습했다.

문 전 대표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과 관련, “참여정부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상대 진영에서 출발하신다면 그것은 대단히 섭섭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은 구시대, 구체제 속에서 늘 누려 왔던 분”이라며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대청산과 대개혁에 대해 과연 의지가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차세현·위문희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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