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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암초 만난 특검…국회, 최순실 특검법 '원포인트' 개정 나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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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최순실 특검법에 대한 '원포인트' 개정에 나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특검팀이 특검법의 한계 때문에 인지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월 중 관련 부분에 대한 개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말한 ‘어려움’은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지난 23일 예상 외의 문제로 제동이 걸린 것을 의미한다. 이날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준비하다가 중지했다. 본지 확인 결과 이날 아침 서울중앙지법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이유를 보완하라"는 취지의 보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예정됐던 10여 곳의 압수수색 대상지 중 문제가 된 곳은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집이었다.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가 특검의 수사대상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게 보정명령의 이유였다. 결국 특검팀은 신청서류를 보완·제출하고 압수수색 강도를 높이기 위한 준비 등을 하느라 3일 뒤인 26일에야 김 전 실장의 집을 강제 방문할 수 있었다. 특검팀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 장소 곳곳에 최근에 증거를 인멸한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암초는 특검법에 숨어 있었다. 최순실 특검법은 2조에 14가지 수사대상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15호에 “1호~14호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고 정해 놨다. 1~14호 규정에는 어디에도 ‘블랙리스트’나 ‘김기춘’이라는 표현이 없어 특검팀은 김 전 실장 집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그의 혐의를 15호의 수사대상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15호의 ‘인지된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과 특검팀의 해석이 다른 게 문제가 됐다. 특검팀은 ‘새로 인지된 모든 사건’이라고 해석한 반면, 법원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범한 죄’ 등 형사소송법에 있는 ‘관련 사건’ 정의에 따라야 한다고 봤다. 즉, 블랙리스트 작성에 최순실(60)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라도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법에 대한 입법적 개선이 없으면 특검팀의 인지수사에 족족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15호에서 ‘관련’이라는 단어만 들어내면 문제가 해결된다. 중요 참고인을 강제 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가지 포함한 특검법 개정을 위해 1월 임시국회 개최를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임장혁ㆍ채윤경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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