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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내년 청년 취업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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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그리스·스페인·이탈리아의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40%를 넘는다. 많은 한국인이 부러워하는 나라인 스웨덴·핀란드도 청년실업률이 20%를 웃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10% 정도로 낮은 편이다. 통계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수치상으론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고 팔짱 끼고 있을 형편은 아니다. 상승 속도가 무섭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2000년 이후 7~8%대에 머무르다 2013년 급등했다. 졸업 시즌인 2월 실업률을 비교해 보자. 2012년 8.3%, 2013년 9.1%, 2014년 10.9%, 2015년 11.1%, 2016년 12.5%로 4년 내리 상승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신규 채용이 얼어붙었던 99년 2월(14.5%)에 근접해 가고 있다.

2008년 대학진학률 84%로 최고
2013년엔 70%로 대폭 떨어져
대졸·고졸 구직 수요 함께 몰려
나쁜 경기에 ‘취업 빙하기’ 우려

그런데 실업률과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이 고용률 추세다. 청년고용률은 2000년 이후 떨어지다 2013년 이후 실업률과 함께 오르기 시작했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어떻게 동시에 오를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고용률과 실업률의 정의를 알아야만 한다. 고용률은 군인·수감자 등을 제외한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의 비중이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 중 실업자의 비중이다. 따라서 생산가능인구 중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의 비중(경제활동참가율)이 빠르게 커지면 실업률과 고용률이 동시에 오를 수 있다. 즉 일하고 싶은 청년이 급증한 가운데 일부가 취업하면 고용률이 오르고, 동시에 실업자도 많아져 실업률이 상승한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청년 취업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생산가능인구는 2000년대에 꾸준히 하락하다가 2012년부터 큰 변화가 없다. 이에 비해 경제활동인구는 2013년 이후 증가세를 보인다. 이는 그만큼 비경제활동인구가 줄었다는 뜻이다. 즉 취업자도 아니고 구직자도 아닌 사람들이 적어졌다.

이들은 누구일까. 우리나라 청년층(15~29세) 비경제활동인구의 상당수는 학생이다. 청년층 중 재학생(휴학생 포함) 비율은 2005년 45.6%, 2010년 51.3%, 2013년 53.1%까지 올라갔다가 2016년 49.9%로 하락했다. 학생 비율이 이렇게 오르내린 이유는 뭘까. 고등학교까지의 진학률과 졸업률은 큰 변화가 없으니 대학진학률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선 4년제 대학 졸업자를 한번 생각해 보자. 2013년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졸업 소요기간이 평균 5년3개월이다. 이들이 대학에 입학한 연도는 대략 2008년으로 추정된다. 2008년은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이 83.8%로 역사상 최고조에 이르렀던 해였다. 고등학교 졸업자 100명 중에서 무려 83명이 대학에 진학했다는 뜻이다. 2013년은 바로 이들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온 해였던 것이다. 더구나 이해의 대학진학률은 70.7%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낮았다.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고교 졸업자 역시 많았던 해이기도 했다. 이 두 가지 파도가 청년층 노동시장을 덮치면서 2013년 이후 취업이 그렇게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내년 청년층 노동시장을 전망해 보면 낙관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4년제 대학 남학생은 군 복무를 포함해 졸업하는 데 6년 이상 걸린다. 대학진학률이 최고였던 2008년의 여파가 아직 강하게 남아 있다. 또 2009년과 2010년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여전히 높았다. 이들이 지난해와 올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대학진학률이 71% 수준으로 낮은 2013년 이후 고졸 남학생 상당수가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구직에 나서고 있다. 첫 직장을 구하려는 대졸자와 고졸자가 현재 시점에 동시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실업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용률도 마찬가지다. 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고령층과 여성 중심으로 일자리가 꾸준히 늘어왔다. 이는 고용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조선·자동차·스마트폰 등 주력 제조업과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벌써 일부 대기업은 내년도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외환위기 직후의 겨울을 내년에 다시 맞이할지 모른다.

혹자는 청년실업이 장기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낙관한다. 출산율이 빠르게 낮아지던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이 20대가 되기 시작하는 2020년부터 20대 인구는 매년 20만 명씩 줄어든다는 게 근거다. 20대 인구는 2030년까지 200만 명 이상 감소한다. 현재 일자리가 최근의 추세로 유지되면 2027년 정도면 청년실업이 아니라 인력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일부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가 가장 활발한 20대 인구의 감소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이 위기를 맞는다는 뜻이다. 나아가 주력 소비층인 30~40대 감소의 전조이기도 하다. 소비 감소는 일자리 감소라는 악순환을 부른다. 청년 노동시장의 불안이 앞으로 10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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