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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가장 강한 심리전 무기 … 머릿속 바뀌면 총 못 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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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0호 8 면

김대중 정부 시절 북한은 주적이라고 말한 강인덕 통일부 장관을 비판한 북한의 삐라.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대북 심리전의 산증인이다. 1961년 중앙정보부(中情·국가정보원 전신)에 들어갔으며 북한정보국장(71~78년) 시절 심리전국장(75~77년)을 겸했다. 78년 말에 중정을 그만두고 80년부터 KBS 라디오에서 ‘노동당 간부에게’라는 심리전 프로그램을 18년간 진행했다.
그는 “72년 7·4 남북 공동성명 이후 중단됐던 대북 심리전은 베트남전쟁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결심해 부활시켰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년 만에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과 닮았다. 북한을 60년 넘게 연구해 온 강 전 장관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 있는 저비용·고효율 수단이 심리전”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심리전은 언제 시작됐나.
“48년 대북방송(72년 사회교육방송, 2007년 KBS 한민족방송으로 개칭)이 시작됐다. 60년대 남북체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본격화됐다. 초기에는 북한의 대남방송 실력이 더 뛰어났다.”

-전담조직은 언제 만들었나.
“67년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시절이다. 이후락 부장 시절인 72년 7·4 남북 공동성명 이후 그해 11월 남북 대화를 할 때 북한이 대북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남북이 상호 비방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조직이 해체됐다.”

-전담요원은 어떻게 양성했나.
“체계적 인재 양성을 위해 박정희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76년 심리전 장교를 육성하는 대만 정치작전학교를 모델로 ‘프리덤 아카데미(Freedom Academy)’를 만들었다. 철학·역사 등 분야의 우수한 대학생 30명을 특별 선발해 빨간책(사회주의 원전)을 마음대로 읽도록 했다.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스승인 이동하 전 김일성대 철학 강좌장이 직접 강의했다. 1기만 배출하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오면서 중단됐다.”

-어떤 수단을 주로 사용했나.
“사회교육방송을 가장 많이 활용했다. 지금은 확성기 소리가 20㎞도 가지만 당시에는 성능이 나빠 6~7㎞ 정도만 전달됐다. 전단(‘삐라’)도 뿌렸다.”

-주로 어떤 내용을 내보냈나.
“소련이 왜 무너졌는지, 중국이 왜 개혁·개방을 했는지를 설명하고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유도했다. 북한 원전을 해독해 약점과 모순을 파고들어야 한다.”

-북한이 가장 아파한 내용은.
“최고지도자의 치부를 폭로하는 것이다. 당 간부의 부정부패와 여자 문제도 아픈 대목이다.”

-지금은 어떤 내용을 방송해야 효과적일까.
“지금 북한 군인들의 처우가 아주 나쁘다. 간부들이 병사에게 돌아갈 식량을 착복한다. 군인들이 배고픈 이유를 알게 해 주면 된다.”

-심리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전의 제1조는 ‘진실이 무기’라는 것이다. 심리전은 비난전이 아니므로 거짓말을 하면 통하지 않는다. 막말이나 욕설을 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방송하는 내용을 들은 북한 주민들이 ‘맞다’고 해야 효과가 있다. 심리전이 먹히면 적군 병사의 머릿속을 바꿔 총을 들고 있어도 총알이 나오지 않는다.”

-북한이 눈엣가시처럼 싫어했을 텐데.
“내가 통일부 장관 때 집에 ‘반통일 곡예’라는 제목의 비난 만평을 그린 ‘삐라’가 뿌려졌다. 장관직을 그만두자 김정일이 원산 갈마초대소에서 축하연회를 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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