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문 직접 가담여부」공방 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종철군 고문 치사사건의 조한경 경위 등 고문경찰관 5명에 대한 공판이 사건발생 1백54일만인 17일 시작됐다.
이 사건은 1심 구속만기 (6개월)가 7월18일로, 구속시기를 불과 1개월 남기고 첫 공판이 열린 것은 전례 없는 일.
박 군 사건은 발생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뒤 4개월이 지나 고문 경찰관을 축소 조작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공판 시작과 함께 다시 관심이 법정으로 쏠리고 있다.
더구나 고문경관 축소조작 사실을 처음 폭로했던 천주교정의 구현 전국 사제단이나 변호인·피고인 가족 등은 재판 진행과정을 보아 새로운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박 군 사건의 공판에서 예상되는 주요쟁점 및 공판 준비상황 등을 살펴본다.
◇쟁점=구속 기소된 조 경위 등 5명에게 적용된 죄명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불법감금 및 고문치사)죄. 그러나 이들은 고문치사 행위의 직접적인 가담여부에 대해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어 「실행」 에의 가담정도를 둘러싸고 피고인들간에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조 경위의 경우 변호인 및 가족 측이 『직접적인「행위」에는 가담치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과 변호인 측간에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변호인 측은 『조경위가 지시는 했으나 「치사」 라는 결과발생을 예견 못했고 엄포용으로 혼내주라는 말만했을 뿐 박 군이 죽을 것이라는 인식을 안 가졌기 때문』 에 「치사」 라는 결과를 예측하고 실행했을 때에나 성립되는 고문 치사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직접가담을 안 했다 하더라도 모든 고문행위가 조경위의 지시에 의한 것인 이상 『치사라는 인식이 없었어도 치사를 예견 못한 과실이 인정되며』따라서 가혹행위의 공동정범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과거 서진 룸살롱 집단 살인사건에서 장률석 피고인이 「명령」 만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예를 들어 공범 성립이론은 별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고 『행위에 대한 법적인 다툼보다는 정상논의 공판이 될 것』 으로 예측하고 있다.
나머지 강진규 경사등 4명이 위법인줄 알면서도 명령에 따른 것은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어 고문행위의 업무분담에 다소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모두 비슷한 처벌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근황=피고인들은 모두 서울성동 구치소에 수감돼있다. 조 경위는 현재 비교적 담담한 상태이며 건강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벼운 책을 읽으며 지내는 조 경위는 박 군과 상사 등에 대해 『인간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고 변호인이 전했다. 그러나 이정호 경장은 16일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장문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다.
또 황정웅 경위도 소극적인 가담 및 선처를 요망하는 탄원서를 16일 재판부에 냈다.
피고인들의 가족 및 변호인 접견은 자유로운 편.
조·강 피고인은 사선 변호인을 선임했고 황경위등 나머지 3명에게는 국선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다.
◇재판부= 재판부는 이 사건의 법률적용이나 사실부분에 대한 다툼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2∼3회 공판으로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피고인들에게 여론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데다 특히 대학생들이 법정 방청석을 메울 경우 법정 소란행위가·예상돼 법정 질서유지가 재판부의 고민거리. 재판부는 방청객을 제한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방청객이 몰리거나 법정안팎에서 소란행위가 계속될 경우 공판을 연기하고 특별기일을 지정할 방침이다.
◇검찰= 검찰은 이 사건 수사를 맡았다가 지난 15일자로 대구지검으로 전보발령 된 김동섭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수사에 참여했던 이승구·박상옥 검사 등 모두 4명이 공판에 관여.김 부장검사는 대구에 부임치 못하고 서울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받았고, 박 검사도 15일부터 서울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받은 상태. 이들은 첫 공판에 대비, 16일 하오까지 직접 신문사항을 모두 마무리했다.
◇호송·경비강화= 구치소 측은 개정 3시간 전인 상오7시쯤 서둘러 피고인들을 호송시키며 1백 여명의 교도관을 동원, 피고인들을 엄중 경호했다.
외곽경비를 맡은 서울 남대문 경찰서는 피고인 호송버스 공격. 법정주변 대규모 시위 등 각종사태가 예상됨에 따라 10개중대의 경찰병력을 동원, 법원외곽에서부터 검문검색을 실시해 출입자의 신분확인 및 화염병 등 시위용품의 반입을 차단하고 법원 출입문 및 대법정 주변에 삼엄한 경계망을 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