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1억2000만원, 독일 트럭 테러범 공개 수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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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온 유럽이 튀니지인 아니스 암리(24)를 쫓고 있다. 지난 19일 독일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장터를 대형 트럭으로 덮친 용의자다. 독일 당국은 10만 유로(약 1억2400만원)의 현상금도 걸었다.

6개 가명 쓴 튀니지 출신 암리 추적
‘증오의 설교자’ 아부 왈라와 연루
독일 올초 추방 실패…메르켈 곤혹

독일 당국은 21일 암리의 사진을 공개하고 그가 6개의 가명을 썼다는 사실도 알렸다. 현상금을 제시하며 “무장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평소 용의자 이름을 공개하는 데 신중하던 관행과 달랐다.

19일 발생한 트럭 테러 용의자 암리의 수배전단.

19일 발생한 트럭 테러 용의자 암리의 수배전단.

랄프 예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내무장관은 이날 “암리가 지난달까지 대테러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던 인물”이라고 확인했다. 암리는 총기를 사기 위해 강도를 벌인 계획을 세운 혐의로 지난 3∼9월 감시 목록에 있었다.

그러다 마약 거래나 술집에서 싸운 혐의만 드러나 감시 목록에서 빠졌다고 한다. 올 8월엔 이탈리아인으로 위조한 신분증을 갖고 있다가 체포되기도 했지만 바로 풀려났다. 11월 말에서 12월 초 베를린에서 사라졌고 최근 네덜란드와 국경을 맞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에메리히의 난민 숙소에서 잠시 머물렀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암리가 아부 왈라라는 증오의 설교자와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왈라는 극단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사람들을 모아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로 보내려 한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다.

암리는 2011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이후 이탈리아로 이주했으며 그곳에서 방화 혐의로 4년을 복역했다.

튀니지에서도 궐석 상태에서 무장 강도 죄로 5년 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독일 당국은 암리를 올 초 추방하려고 했다. 그러나 튀니지가 자국민임을 인정하지 않아서 못했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암리의 이야기는 독일 추방 제도가 직면한 문제점을 드러낸다”며 “더불어 대규모 난민 유입 이후 독일이 처한 광범위한 안전 상 도전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BBC 방송은 “독일 수사 당국이 암리가 거주했던 난민 숙소를 수색하려다 서류 미비를 이유로 그냥 돌아간 이후 다시 찾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테러는 어느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독일은 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난민 포용 정책을 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겐 타격이 될 법한 내용이다. 메르켈 총리는 사건 발생 이후 “매일 난민들을 도와 온 많은 독일인들에겐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올 들어 반(反) 난민 정책으로 지지율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메르켈 총리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프라우케 페트리 AfD 대표는 “지난 1년 반 동안 테러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부주의하게, 또 조직적으로 수입됐다”며 “(메르켈 총리에게) 우리 영토에 대한 무조건적인 통제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테러를 두고 자신의 ‘무슬림 입국 금지’ 공약이 “전적으로 옳다는 게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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