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찾는 예금, 상품 잘 고르면 연 이자 1.7% 짭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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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직장인 김경환(43)씨는 최근 주거래은행을 바꿨다. 한두 푼씩 아낀 돈과 펀드 환매금 등이 900만원 가까이 쌓였지만 가입한 예금의 금리가 연 0.1%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다. 김씨는 “당장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는데 그렇다고 0.1%에 묶어두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새로 가입한 통장은 SC제일은행 ‘마이플러스 통장’이다. 이 상품은 국내 시중은행의 수시입출식 통장 중 가장 높은 연 1.3%(세전)의 금리를 적용한다. 조건도 간단하다. 전월과 비교해 잔액이 줄지 않으면 된다. 이 조건만 충족하면 예치금액이 1000만원 이상일 경우 연 1.3%(세전), 300만~1000만원일 경우 연 0.9%의 이자를 준다. 마이플러스 통장은 최근 출시 1년 6개월 만에 예치금액이 3조원을 돌파했다.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 초중반 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매력이 부각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나 기업이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했다. 올 10월 말 기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01조7687억원에 이른다. 9월 말보다 6조6700억원(3.4%) 가량 증가했다. 가장 대표적인 요구불예금인 수시입출식 예금(보통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98조2632억원에서 올 10월 114조1865억원으로 1년 만에 16.2% 증가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와 집값 추이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의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금융상품 투자나 소비 대신 자산을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시중자금이 단기 부동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요구불예금 사상 첫 200조 돌파
경제 불확실해 단기부동자금 급증
자유입출금 이자는 보통 0.1∼0.2%
SC제일, 잔고 유지하면 1.3% 지급
신한, 50대 이상이면 1.5% 우대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시입출식 예금은 보통 금리가 연 0.1∼0.2% 정도다. 흔히 ‘막통장’, ‘깡통 통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입출금이 자유로운 장점에 정기예금 못지 않은 이자나 혜택을 더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적금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에 묶였던 돈을 현금성 계좌로 옮기는 이들이 늘면서 은행권이 이 수요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머니마켓펀드(MMF)도 단기 자금을 굴리기 좋은 대안이지만 MMF는 예금자 보호와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점을 늘 감안해야 한다. 김용남 SC제일은행 수신상품팀 이사는 “불안정한 금융환경에서는 성급한 투자보다 대기자금을 잠시 안전한 곳에 맡겨두는 ‘파킹(parking)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러보면 잠깐 돈을 묶어두면서 약간의 이자를 더 챙길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이 꽤 많다. KB국민은행 ‘START 통장’은 만 18세~35세까지만 가입할 수 있는데 잔액 100만원까지 우대이율(연 1.0%)을 적용한다. 신한은행에도 연령별 맞춤형 예금이 있다. 20대라면 ‘주거래 S20통장, 50대 이상이라면 ‘주거래 미래설계통장’이 효과적이다. 두 예금 모두 평균 잔액 한도(최대 300만원) 내에서 우대이율(연 1.5%)을 챙길 수 있다. KEB하나은행 ‘힘내라 직장인 우대통장’은 매월 50만원 이상 급여를 이체할 경우 200만원 내에서 연 1%의 금리를 적용한다. 일정 잔액을 유지하면 항공사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통장도 있다. KB국민은행 ‘KB아시아나ONE통장’은 사용 실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카드 상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평균 잔액, 급여이체· 카드사용 실적 등을 반영해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더 화끈한 이자를 원한다면 저축은행 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저축은행도 은행처럼 5000만원까지 원리금 보장이 된다. 만 19세 이상 직장인은 OK저축은행 ‘OK직장인통장’에 가입할 수 있다. 기간과 금액의 제약 없이 연 1.7% 금리를 적용한다. 금리가 가장 높은 건 웰컴저축은행 ‘직장인사랑 보통예금’이다 기본 연 1%로 시작해 월 100만원 이상 급여이체 시 연 1%포인트, 자동납부 1건 연결 시 연 0.5%포인트, 멤버십 가입이용 동의 시 연 0.5%포인트가 각각 추가돼 최대 연 3%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단, 500만원 이상인 경우 최대 1.5% 까지만 적용한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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