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흡연' 구강암 환자가 말하는 담배의 폐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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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주위에 주먹만한 구강암 종양이 자라난 모습. 23일부터 시행되는 담뱃갑 경고그림 10종 중의 하나다. 이처럼 흡연으로 인해 구강암이 발병한 실제 환자가 TV에 나와 담배의 무서움에 대해 '증언'한다. 보건복지부는 경고그림 시행에 맞춰 22일 오후 7시15분부터 새로운 형태의 TV 금연 광고(증언형)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TV 금연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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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형 금연 광고에 출연하는 임현용(가명)씨는 올해 55살의 일반인이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부터 하루 1.5갑씩 32년간 꾸준히 담배를 피웠다. 3년 전 담배를 끊었지만 올 4월 목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고 곧 구강암 판정을 받았다. 6월에는 혀의 3분의 1 가량을 절제하고 이식 수술까지 했다. 하지만 암세포가 목 임파선으로 전이돼 허벅지 조직을 떼어 붙여야 했다. 수술 후 3개월간의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거쳐 지금은 한 달에 한 번꼴로 통원 치료를 받는다. 복지부는 지난 7~10월 병원 등에서 추천받은 26명의 후보군 가운데 적합성 등을 따져 임씨를 광고 모델로 최종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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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단란했던 삶이 순식간에 깨져버린 그는 "과거를 돌이킬 수 있다면 흡연을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아이 둘과 아내를 부양하기 위해 농사, 건설공사 등 열심히 일하면서 습관적으로 줄담배를 피웠던 것이 암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는 의미다.
금연 광고는 총 40초 분량이다. 젊은 시절 농사를 짓는 모습, 아내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 어눌한 발음 속에서도 '32년 흡연으로 구강암에 걸렸어요'라는 증언, 담배와 헤어지는 이미지 등이 담겼다. 공포스러운 장면 대신 배경 음악과 화면 모두 밝고 미래지향적인 분위기 중심으로 구성됐다. 양성일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과거와 달리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흡연자들이 흡연의 폐해를 피부로 느껴 금연 결심을 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증언형' TV 금연 광고 22일부터 시작

이번 광고의 모티브는 미국에서 얻었다. 미국 질병예방센터(CDC)가 2012년 실시해 '가장 효과적인 금연캠페인'으로 평가받은 금연 광고(Tips from former smoker)를 우리 실정에 맞도록 재구성한 것이다. 당시 미국에선 금연 상담전화가 132% 늘고 금연 홈페이지 방문자가 428% 급증하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증언형 금연 광고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코미디언인 고(故) 이주일씨가 공익광고에 등장해 흡연의 폐해를 알린 바 있다. 폐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던 그는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는 말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생생한 증언을 통한 금연 권고가 14년만에 다시 한 번 브라운관으로 재생되는 셈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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