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어릴 때부터 생활 속 과학에 관심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저도 어릴 때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을 보면서 과학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저의 과학 강연이 20~30년 후 뛰어난 한국 과학자들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영국 셰필드대 화학과 앤서니 라이언(41) 교수가 오는 8~9일 '8월의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으로 한국 과학 꿈나무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크리스마스 과학 강연은 한국에선 세번째지만 영국에선 1백76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어려운 과학 문제를 즐겁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강연으로 유명하다. 라이언 교수도 2백대1의 경쟁을 뚫고 강연자로 뽑혔다.

라이언 교수는 이틀 동안 ▶현수교 모양의 거미줄을 치는 거미▶전 세계를 달리는 운동화▶지구를 작게 만드는 전화▶천천히 어는 아이스크림 등을 주제로 강의할 계획이다.

셰필드대 화학과 학과장인 그는 고분자 구조와 폴리머 공정 연구가 전공이다. 요즘은 수퍼마켓에 진열해 둔 커피 캔에서 자연스럽게 커피향이 흘러나오는 식으로 활용 가능한 '소프트 나노테크놀로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린스가 필요 없는 샴푸에도 과학이 숨어있습니다. 샴푸는 기름을 빼주는 반면 린스는 기름을 더합니다. 이 두 가지 기능을 하나로 합쳐 제품을 만들었는데, 고분자 구조로 된 린스가 샴푸 후 머리가 물에 헹궈질 때만 나오도록 화학적으로 설계했습니다."

그는 "이처럼 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을 관심있게 관찰하고, 사물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고 과학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왜'라는 고민을 멈춰선 안됩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질문했을 때 답을 모른다면 인터넷이나 책을 뒤져가며 함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세요."

그는 "영국에서도 뛰어난 학생들이 과학보다는 돈벌이가 되는 경영학이나 법학 쪽으로만 몰려 큰 일"이라며 "영국 재무부도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들의 연봉이 올라가도록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크리스마스 과학강연은 연세대 1백주년 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글=최지영, 사진=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