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eiw &] 최순실 사태, 정부·기업 투명성 높일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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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환 포스코 ICT 대표이사

최두환
포스코 ICT 대표이사

최순실 사태. 나라가 망한 것처럼 절망하지는 말자. 하긴 이것이 너와 나,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왕 곪은 것이라면 빨리 터질수록 낫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몰래 진행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문제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라도 제대로 고쳐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 위해 몇 가지 생각을 해본다.

공·사 투명성 결여돼 문제 생겨
다른 집단 성과도 취할 건 취할 필요
우리사회 시스템 잘 갖춰져 있어
자긍심 잃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첫째, 문제 발생의 원인을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다. 그것은 투명성의 결여이다. 피터 드러커는 볼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고, 보이는 만큼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과연 그렇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공적 사적 영역 모두에서 총체적으로 투명성이 결여되어 왔었다. 문제가 보이지 않아 문제 삼지 못했지만 문제는 있었던 것이다.

그간 투명성을 관행처럼 팽개쳐 오던 많은 이들에게 이번 사태는 상당히 경종이 되었으리라. 유사한 일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게 청와대이건, 행정부이건, 국회이건, 기업이건, 시민단체이건 모두 성역 없이 앞으로는 모든 결정과정에서 투명성이 보장되도록 하여야 하겠다. 이번이 그런 투명성을 강화하는 확실한 계기가 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분명 잃은 것보다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둘째, 다른 집단의 성과물이라도 취할 것은 취하자. 우리 사회에서는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신규 집단이 새로이 힘을 받으면 이전 집단의 성과는 그 본질은 고려되지 않고 그냥 총체적으로 부정되어 버린다. 정권 차원에서도 그랬고, 기업 차원에서도 그랬다. 예를 들어, 지난 정부의 ‘그린’이란 주제가 이번 정부에서 부정되었고, 이번 정부의 ‘창조’라는 주제도 곧 부정될 것처럼 보인다. 그 세부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지 몰라도, 기본 개념과 노력조차 부정해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전 집단에서도 뛰어난 사람들이 잘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 가치와 성과마저 모두 부정해 버린다면, 우리는 언제나 모든 것을 밑바닥에서 새로 시작해야 하고, 그것은 머지않아 또 다시 다른 집단에 의하여 부정되어 버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연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셋째,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분명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 객관적 시야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이야기가 여럿 있다. 평화스러운 촛불시위를 보도하는 외국 언론의 시각도 그 하나이고, 이번 여름 SNS를 달군 재미교포의 글도 하나이다. 수십 년 만에 고국을 찾은 그는 발전된 한국 사회에 놀랐다. 미국에서 나름 부유하게 살다 온 그에게 우리의 수준, 시스템 등은 아주 잘 갖춰져 있어, 마치 자기가 20~30년 전 과거에서 살다 온 착각이 들 정도라 했다. 국내에서 오랜 기자생활을 한 영국인 마이클 브린도 『한국인을 말한다』에서 비슷한 주장을 한다. 한국은 우수한 면이 많지만, 정작 이를 누리고 있는 우리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한다.

어쩌면 우리는 공동체의 좋은 면을 찾기보다 나쁜 면을 찾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부족한 면이 있다고 해서 자긍심 마저 잃어서는 안 된다. 마크 트웨인은 이 세상 누구도 속으로 자기 자신을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어떤 일을 자긍심을 가지고 행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그 결과에서 큰 차이가 난다. 우리 사회가 혹시 헬조선이라 해도 헬조선 타령만 해서는 헬조선을 벗어날 수 없다. 자긍심 고취는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이끄는 필요조건이다.

에릭 시노웨이는 ‘하워드의 선물’에서 전환점이란 ‘지금 이대로’가 아닌 ‘앞으로 어떻게’라는 시선으로 우리를 돌려세우는 시점이라 했다. 지금 걸려 넘어진 이 자리가 전환점이다. 거기에서 ‘앞으로 어떻게’에 필요한 우리의 능력을 제대로 이끌어 낸다면 우리의 앞날은 어둡지 않다.

이번을 계기로, 위에서 논의한 ‘투명성 강화’, ‘취할 것은 취하는 자세’, ‘자긍심 고취’ 등을 크게 키운다면, 전환점에 놓인 우리 사회는 한층 진보하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그냥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두환 포스코 ICT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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