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아름다운 강산' 박사모·어버이연합이 부를 노래 아냐" 일침

중앙일보

입력

한국 록 음악의 대부 신중현씨의 아들 신대철(시나위)이 친박 단체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신대철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TV 보다가 너무 기가 찬 광경을 봤다"며 친박단체들의 시위 장면을 언급했다.

록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록밴드 시나위의 기타리스트 신대철.

이날 안국역 앞에서 친박 단체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면서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한 말이다.

신씨는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강산'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아름다운 강산'은 신씨의 아버지이자 록의 대부인 신중현(가수 겸 작곡가)씨가 1974년에 작곡했다.

신씨에 따르면 1970년대 어느 날 청와대로부터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각하의 노래', 즉 '박정희 찬양가'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신대철씨는 그런 노래는 만들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이후 공화당에서 전화를 걸어 재차 박정희 찬양가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만약 만들지 않으면 다친다는 협박도 했다.

신씨는 이를 재차 거절했다.

이후 신중현씨의 곡들은 줄줄이 금지곡이 됐다.

당시 최고의 히트곡이었던 '미인'도 갑자기 금지곡이 됐고, 가수 김추자가 불러 히트한 '거짓말'을 비롯해 수십 곡이 금지곡으로 묶였다.

신중현씨는 고심 끝에 자신이 이끌던 밴드(신중현과 엽전들)의 2집에 '아름다운 강산'을 수록해 발표했다.

아들 대철씨는 이를 "권력자를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없지만 아름다운 우리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노래는 만들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노래 역시 금지곡이 되어 빛을 보지 못하다가 1988년 가수 이선희가 리메이크해 부르면서 국민가요가 됐다.

대철씨는 아름다운 강산의 노랫말이 "다른 의견은 철저히 배격되었던 시대의 외침으로 어쩌면 아고라(광장) 민주주의의 실현을 꿈꾼 것"이라며 "그러므로 박사모, 어버이(연합) 따위가 불러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촛불집회 집행부는 나를 섭외하라. 내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연주하겠다"며 촛불집회 무대에 설 의사도 내비쳤다.

아름다운 강산 (작사·작곡 신대철)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 마음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 곳에 내가있고 네가 있네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
우리들 모여서 말해보자 새희망을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마음

우리는 이땅위에 우리는 태어나고
아름다운 이곳에 자랑스런 이곳에 살리라
찬란하게 빛나는 붉은 태양이 비추고
파란 물결 넘치는 저 바다와 함께 있네
그 얼마나 좋은가 우리 사는 이곳에
사랑하는 그대와 노래하리

오늘도 너를 만나러 가야지 말해야지
먼 훗날에 너와 나 살고 지고
영원한 이곳에 우리의 새 꿈을 만들어 보고파
봄 여름이 지나면 가을 겨울이 온다네
아름다운 강산
너의 마음은 나의 마음 나의 마음은 너의 마음
너와 나는 한마음 너와 나 우리 영원히 영원히
사랑 영원히 영원히 우리 모두다 모두다
끝없이 다정해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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