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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압수한 미국 드론 놓고 트럼프·시진핑 팽팽한 기싸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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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호 2 면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던 미 해군 소속 수중드론 나포사건 때문이다. 미국은 “즉시 반환하라”고 요구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트럼프 당선인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간) “미 국방부(펜타곤)가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해 무인 수중드론을 반환하고 국제법상 의무를 지킬 것을 중국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 해군함정인 바우디치함이 지난 15일 필리핀 수비크만에서 북서쪽으로 90㎞ 떨어진 해상에서 드론 회수작업을 하던 중 중국 해군함정 소속 소형 보트가 드론 2대 중 1대를 포획해 갔다. 당시 미 해군은 무전으로 드론 반환을 요청했지만 중국 함정은 아무런 응답 없이 도주했다. 나포된 드론은 군사기밀이 아닌 수온과 염분 등 해양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남중국해는 중국이 그동안 독자적인 영유권을 주장해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해역이다. 중국 정부가 드론 나포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고 있진 않지만 이번 나포 조치는 미군이 남중국해에서 불법 탐지 행위를 했다며 압수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항행의 자유’ 원칙을 내세워 해당 해역에서 군사적 활동을 지속해 왔다. 이와 관련,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 7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CNN은 이번 드론 나포사건이 중국을 압박하는 트럼프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최근 미 정상으로는 37년 만에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대선 유세에선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이 견지해 온 대중국 정책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가 신임 국무장관에 친러 기업인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내정하는 등 러시아와의 관계 증진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중국으로선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미·러 관계가 긴밀해질 경우 중국은 상대적으로 고립돼 자칫 동북아 역학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와 대만 총통의 전화 통화 후 미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반독점 위반 조사에 들어갔다. 장한둥(張漢東)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가격감독·반독점국장은 “중국 시장에서 반독점 행위 규정을 위반한 미국의 한 자동차업체에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경제 보복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엔 양국 간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선임고문은 “중국 정부가 이번 드론 나포를 통해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발생했기에 중국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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