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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불법사찰 등 청문회에 쏟아진 의혹들, 특검이 규명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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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불법사찰의 악몽이 다시 드리우고 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어제 국회 청문회에서 현 정권이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사법부 간부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양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낱낱이 사찰해서 청와대에 보고한 사찰 문건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사장은 또 정윤회씨가 부총리급 공직자의 임명과 관련해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공개했다.

 문제의 문건이 일상적인 경찰 정보 차원의 동향보고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명백한 불법사찰이며, 이는 중대 범죄다. 문건에는 2014년 최성준 당시 춘천지법원장(현 방통위원장)의 관용차 사적 사용과 대법관 진출을 위한 운동, 소설가 이외수씨의 동향도 포함된 점으로 미뤄 사찰이 상시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규정(제17조)을 떠나 정부기관의 사찰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민 기본권 침해다. 성사 여부를 떠나 돈거래를 미끼로 공직 임명에 개입했다는 정윤회씨의 의혹 또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청문회에선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과 비슷한 구조라며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 돈을 강탈해 퇴임 후 박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청문회에서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국민은 답답할 뿐이다. 때마침 박영수 특검팀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대거 출국금지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관저 압수수색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였다. 특검팀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더하며 실제로 사찰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규모와 윤곽은 어떤지, ‘제2의 일해재단’ 추진 기도가 있었는지, 그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은 어디까지 관여돼 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특검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