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젠 무슨 말을한들 믿겠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박종철군 가족들은 박군 고문치사 사건의 공범 3명이 더 있었다는 검찰의 수사발표를 전해듣고 『경찰이 살인을 해놓고도 잘못을 뉘우치기는 커녕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했다니 세상에 이럴수가 있느냐』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아버지 박정기씨(58)는 『안으로 곪은 상처는 피부만 아문다고 해서 치유되는것은 아니다』며 『이번 사건도 경찰이 처음부터 치유된 것으로 위장했지만 결국 곪아 터지게 된것 아니냐』고 했다.
박씨는 『부검을 지켜본 동생으로부터 종철이의 몸에 상처가 여러군데 있었다는 말을 듣고 처음부터 당국의 발표를 의심했다』며 『대한변협에 탄원서를 제출할때 변협측이 고문경찰관들을 만나 무언가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듯한 느낌을 받아 그동안 경찰의 미행과 회유에 버텨왔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종철이의 무덤은 한강』이라며 『한강이 없어지지 않는한 종철이는 영원히 살아있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돼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어머니 정차순씨(55)는 『최근 공범이 몇명 더 있다는 사실을 신문을 보고 짐작했다』며 『3일전 종철이가 꿈에 나타나 아무말 없이 싱긋이 웃고 있는 모습이 보여 무슨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바로 이런 일을 알려주려 한것 같다』고 흐느꼈다.
박군가족들은 21일밤 박군고문치사 관련 경찰관의 추가구속소식을 전해들은후 『분하고 원통해 온몸이 떨린다』면서 『아직도 숨기는 사실이 더 있을것』이라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박군가족은 지난18일 청학양수장 사택에서 박군의 위패가 안치된 부산시괴정동사리암부근 협진신태양아파트6동203호 16평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구속기소된 조한경경위가족들은 『조경위가 사건을 확대시키지 않으면 모종의 혜택을 줄것이라는 묵시적 약속이 흐지부지 되고 상황이 자신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해지는것을 느낀 나머지 진실을 밝히는 쪽으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것같다』고 전언.
가족들은 2월초 면회때 조경위가 『교회집사로서 「사람을 죽였다」는 죄명으로 교도소에 들어앉아 있자니 번민이 많다』는 말을 했었다며 그무렵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백범살해범 안두희씨가 7순이 되도록 죄인으로 추적당하고 그가족들이 모두 도피 이민간 사실을 들먹이며 괴로와 했다는 점을 들어 가족들에 대한 연민이 심경변화의 큰 계기가 된 것으로 가족들이 전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승훈신부)은 지난 18일하오6시30분 「광주항쟁영령 추모미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보도진들에게 『미사후 신부들이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할 것』이라고 성명발표를 예고.
서울교구청 함세웅신부도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저녁 미사후 신부들이 구속을 각오한 행동을 할것이니 지켜봐달라』는 말로 역시 성명발표를 암시.
문제의 성명은 18일하오8시40분쯤 김승훈신부가 낭독했고 8절지 유인물앞뒤로 타이핑해 배포됐는데 김신부는 낭독중 문안에 없는 『우리는 분명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해 성명내용에 대한 신빙성을 피력.
성명발표후 신부들은 성명내용에대한 증거를 묻는 기자들에게 『관계자 보호를 위해 발표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거듭 강조.
○…이영창치안본부장은 사제단 성명내용이 신문에 보도된후 20일 기자들의 질문에 『부임하기전 일이라 잘 모르겠지만 의혹이 있었다면 검찰에서 밝혀내지 않았겠느냐』고 짐짓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으나 이때는 이미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공범들의 추가구속방침이 결정됐었다는 후문.
황경위등 3명은 20일하오7시부터 자정 사이에 연행됐고 밤 12시쯤 이본부장도 연행사실을 보고받았었다는것.
이본부장은 『경찰이 처음부터 사건을 은폐하려했던 것아니냐』는 질문에 『부하직원들이 짜고 사건을 축소하려 했을지는 몰라도 전임 장관이나 본부장은 몰랐을것』이라고 말했다.
○…박군 고문치사에 또다른 경관3명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추가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치안본부와 일선경찰서는 초상집 분위기.
경찰간부들은 한결같이 『할말이 없다』『경찰이 두번 죽게된 꼴』『이제 경찰이 무슨 말을 한들 믿겠느냐』며 침통한 표정들.
○…재수사결과를 발표한뒤 지난번 수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왜 밝혀내지 못했느냐고 추궁하자 검찰 한 관계자는 『수사 미스였다』고 솔직이 시인.
또 다른 관계자는 『상부의 지시로 현장검증을 않았던것이 결정적인 잘못이었던것같다』 고 실토.
○…조경위의 가족들은 고문치사 사건의 공범 3명에대한 정보를 가족들이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에 주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
가족들은 조경위로부터 치안본부자체수사기간과 교도소 수감중 면회를 통해 『3명이 더있다』는 말만 전해들었을뿐 이들의 이름이나 고문당시상황등은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며 사제단의 성명내용처럼 상세한 부분을 어떻게 가족이 알수있었겠느냐며 반문.
한편 한 수사관계자는 성명의 내용으로보아 수사내용을 잘아는 사람이 공분을 느껴 정보를 홀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하기도.
○…21일 추가구속된 세경찰관중 황정웅경위는 양심의가책 때문인지 구속기소된 조경위의 가족에게 지난2월 조경위가 부어오던 재형저축을 매달 대신 내주겠다고 선심공세를 펴다 거절당했었다고 가족들이 전언.
황경위의 제의에 대해 가족들은 『이미 파면돼 직장이 없어진 사람이 어떻게 재형저축을 계속 불입할수 있느냐』며 한마디로 일축했다는것.
황경위는 이후에도 조경위의 부인등 가족이 조경위를 면회할때면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와 태워주는등 열성을 보였다는것.
한편 가족들은 조경위가 조작을 눈감아주는 댓가로 8천만∼1억원을 받았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살인죄를 뒤집어쓰며까지 돈을 받을 어리석은 사람이 있겠느냐』며 부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