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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만 두 구씨 “조상님 만두 함께 빚어 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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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과 대만, 두 나라의 근현대사를 묶을 수 있는 단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국제교류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한국-대만 큐레이터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젊은 독립 큐레이터 3명, 김현주·조주리와 왕영린은 핏빛 ‘동백꽃’과 천 겹의 잎사귀를 뜻하는 프랑스어 ‘밀푀유(mille feuille)’를 선택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당한 공통점 외에 혁명과 전복, 전쟁과 침탈 등 여러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두 단어를 전시 제목으로 잡고 동아시아 역학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과 대만 삶의 현장을 이미지로 보여준다.

대만 작가 저우 위정이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인터뷰 한 기록물 ‘직업의 이력’.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대만 작가 저우 위정이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인터뷰 한 기록물 ‘직업의 이력’.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9일 서울 동숭길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한 ‘동백꽃 밀푀유’전에는 한국 작가 5명, 대만 작가 5명이 주제별로 짝을 이뤄 2년 여 고민한 작업을 내놨다. 노동, 경제식민화, 가족과 민족, 권력, 압축성장, 개발과 배제, 집단 기억 등의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작품들은 ‘지금, 우리’를 비춰볼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던져주고 있다.

아르코미술관 동백꽃 밀푀유전
두 나라 근현대사 접점 찾아
양국 작가 5명씩 2년간 작업

7분 상영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밀도가 높은 위안 광밍(51)의 ‘에너지의 풍경’은 드론과 케이블캠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로 폐허가 된 대만의 휴양지를 훑는다. 강홍구(60)의 ‘종촌리-사라진 마을 여행하기’는 행정도시 건설 붐이 일기 전 도시 변화의 전조를 장난감 버스와 함께 순회한 연작 사진으로 이주의 문제를 다룬다.

2006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해 우리에게도 낯익은 천 졔런(56)은 ‘잔향의 영역’이란 비디오 작업으로 끝나지 않는 역사의 비극을 반추한다. 자신의 성인 ‘언덕 구(丘)’의 유래를 찾아 나선 구민자(39)는 ‘힐(Hill), 힐, 앤드 힐스’에서 대만에서 만난 구씨들과 함께 최초의 구씨가 먹었음직한 당나라 시대의 만두를 만들어 먹으며 유교 사회의 성씨와 핏줄에 대해 생각한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연계 특별 강연 시리즈가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큐레이터 참여 프로그램인 ‘당나라 원격 요리 모임’이 17일과 24일 낮 12시 열린다. 02-760-4850.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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