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원내대표 사퇴, “대통령 탄핵에 국민께 무릎 꿇고 사죄”…이정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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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정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왼쪽부터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정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내홍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원내지도부가 12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마음 고생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며 “저는 오늘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려 한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보수정치의 본령은 책임지는 자세라고 배웠다”며 “대통령 직무가 중지된 사건에 있어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똑같은 무게의 책임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퇴 결심의 배경을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처리된 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된 마당에 당 대표인 저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적으로 이 부분에 책임지고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며 정 원내대표와의 동반 사퇴를 언급했다. 이 때문에 이날 정 원내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을 노린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공백으로 인해 이날 사퇴 기자회견 직전에 이뤄진 여·야·정협의체 합의에도 논란이 불거졌다. 정 원내대표는 “새 원내대표를 조속히 뽑아주십시오. 그때까지 저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야·정협의체 운영에 대한 질문엔 “야당에는 미리 말씀을 드렸고 작별인사도 나눴다”고 했다.

새누리당 당규상으론 원내대표가 궐위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의원총회에서 실시한다. 선거일은 당 대표가 선거일 전 3일에 공고해야 한다. 그러나 친박계가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비박계가 ‘비상시국위원회’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새 원내대표를 뽑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사실상 원내대표 업무를 당분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새 원내대표가 뽑힐 때까지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이후 임시국회도 소집하고, 여·야·정협의체 구성도 합의해 놓은 상태로 큰 틀에서는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했다”며 “신속하게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바통을 이어서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왼쪽부터)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왼쪽부터)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다음은 정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의 기자회견 전문.

▶정진석

저는 오늘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려고 합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마음고생 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무릎 꿇고 사죄드립니다.
대통령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가결된 데 대해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국민 여러분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저는 보수정치의 본령은 책임지는 자세라고 배웠습니다.
대통령 직무가 중지된 사건에 있어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똑같은 무게의 책임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탄핵표결 하루 전인 12월 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마주앉았습니다.
대통령은 저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20분 이상 호소했습니다.
수척해진 대통령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5초 후 저는 집권여당이 탄핵표결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의원 개개인들의 양심에 따라 자유투표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은 담담하게 받아들이셨습니다.
청와대를 나오는 제 발걸음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
저는 작은 정을 끊고 국가적 대의를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사태에 마땅한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지난 5월 3일 원내대표에 당선된 후 저는 당에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당에 단합을 위해 몸을 던져 뛰었습니다.
동료 의원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부족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제 마음이 가볍지 않습니다.
우리당은 하루속히 책임있는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합니다.
서로 자제하고 양보해야 합니다.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한발한발 전진해야 합니다.
의원 한사람한사람이 계파를 떠나서 국가적 대의를 쫓는 책임있는 공인의 자세를 견지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새 원내대표를 조속히 뽑아주십시오. 그때까지 저의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언론인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도와 질책, 여러분들의 성원이 없었더라면 제 발길이 많이 흐트러졌을 것 같습니다.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 정진석으로 기억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광림

저는 지난 11월 7일 언론을 통해 말씀드렸고 12월 9일 탄핵가결 이후 의원총회에서 밝혔듯이, 오늘 정진석 원내대표님께서 원내대표직을 사임하는 것과 함께 저도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고자 합니다.
그동안 정책위의장으로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비롯한 정책현안에 대해 성심껏 그 역할을 해왔다고 하겠습니다마는 국민 여러분과 당원동지들께 실망을 드리게 된 현 정국 속에서 집권여당 원내지도부의 한사람으로서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저는 앞으로 여당의 정책을 담당했던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를 살피고 국가 미래와 민생을 챙겨나가는 국정운영을 위해 주어진 환경과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나가겠습니다.
또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새누리당이 건강하고 영향력 있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서 다시 국민 여러분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미력이나마 그 소임을 다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국민들과 당원 여러분들께 송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론인 여러분들 감사하다는 말씀 거듭 드립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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