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체계 손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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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한국모기지파트너스 전무

김선욱
한국모기지파트너스 전무

최근 미국의 채권시장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보다 한 발 앞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지난 3주 동안에만 0.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한국 채권시장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그 결과 은행채 5년 물 금리에 연동한 은행권 혼합형(5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한다. 혹자는 한국의 주담대 금리도 미국에 동조하여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일반적으로 미국은 채권의 일종인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공급한다. 따라서 미국 대출상품 금리는 채권시장의 금리 흐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주택금융공사의 경우엔 채권시장에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MBS의 최근 한 달간 발행금리(5년 국고채 기초)를 기준으로 정책금융 대출금리(10년이상 고정금리)를 산정한다.

반면 은행권의 대표 주담대 상품인 혼합형 대출은 은행이 직접 채권(5년 은행채)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으로 공급하는 상품이 아니다. 혼합형 고정금리 대출은 만기까지 은행이 보유하는 대출이다. 따라서 일반 변동금리 대출처럼 은행의 예금수신이 주요 조달재원이다. 9월 말 기준으로 시중은행 전체 자금조달의 91%가 요구불·저축성 등의 예금수신으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채권 발행 등 시장성 조달은 9% 미만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예금수신액 범위 내에서만 대출을 주도록 제한하는 규제)가 있다. 은행 입장에선 가격 변동성이 커진 채권시장보다 고객들에게서 예금 유치하여 조달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고 저렴하다. 예금은 본질적으로 단기성이기 때문에 5년 고정금리 대출로 운용한다면 금리변동 위험에 노출된다. 이런 이유로 혼합형 대출금리를 단기금리인 예금수신 금리가 아닌, 장기금리인 채권시장 금리(5년 은행채)에 연동시킬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은행이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매일 은행채 금리에 따라 혼합형 대출 금리를 변경 조정할 이유는 없다. 미국의 경우도 금융기관이 단기간 내 유동화하지 않고 장부상 보유를 목적하는 점보론(Jumbo Loan)의 경우, MBS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컨퍼밍론(Conforming Loan)과 달리 금리를 상대적으로 천천히 조정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매일 또는 주1회 단위가 아니라 최근 40일간 은행채 5년물의 평균금리를 내고 이를 기준으로 40일에 한 번씩 금리를 고시하여 40일간은 동일한 금리로 혼합형 대출의 금리를 운용할 수 있다. 신규 혼합형 대출금리를 완만하게 조정하는 것은 은행에도 도움이 된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장기금리의 가파른 하락세로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변동금리 대출보다 더 낮은 경우가 자주 발생했고 이는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더욱 완만하게 조정되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체계는 채권시장의 금리 변동성 위험에서 소비자와 은행 모두를 보호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김선욱 한국모기지파트너스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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