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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기반 다지는 정치축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상원의원 24명과 하원의원 2백명을 뽑는 필리핀의 이번 총선은 작년2월 민중혁명으로 축출된「마르코스」의 18년 독재아래서 신음하던 필리핀 의회민주주의를 회생시키는 「헌정사적 축제」의 의미를 담고있다.
「마르코스」가 장기독재를 위해 지난72년 계엄령을 선포, 양원제 의회를 해산한지 15년, 그리고 78년 장기집권의 장식용 거수기에 불과했던 단원제 국회를 구성한지 9년만에 실시된다는 점에서도 이번 총선은 필리핀국민들의 삼정에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정치축제라 할수있다.
더우기 이번 총선은 작년2월의 민중혁명을 마무리짓는다는 상징성과 함께 현실적으로 「아키노」대통령의 정치적 장래를 결정하는 시험대라는 의미도 있다.
「아키노」대통령은 지난2월초 신헌법 국민투표에서 76%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은 여세를 몰아 이번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두어 확고한 정치기반을 구축하려하고 있다.
집권이래 다섯차례의 쿠데타기도가 말해주듯 끊임없는 군부의 반발, 미진한상태로 남아있는 정통성 시비, 실패로 돌아간 공산세력과의 평화협상, 아직 착수조차 못하고 있는 토지개혁등 「아키노」대통령앞에 산적해 있는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이번 총선의 압승은 필수적이다.
필리핀 정치분석가들은「아키노」정부가 일반의 예상대로 2천5백만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속에 압승을 거둘 경우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는 정통성 시비에 쐐기를 박고 군부통제, 공산세력과의 평화협상, 토지개혁등 정치·경제·사회적 개혁정책을 추진해 나가는데 훨씬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때문에 「아키노」대통령은 지난 2월중순부터 시작된 선거유세에서 유권자들에제 필리핀의 민주주의와 장래를 위해「코리」(「아키노」대통령의 애칭)를 지지해 달라며 여당인 라반당후보 지원유세를 전국적으로 펼쳤다.
「아키노」대통령의 이같은호소는 유권자들사이에 「코리」선풍을 또다시 불러 일으켰고 야당후보자들조차도「아키노」대통령을 공격할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한때 정권의 정통성문제를 들고나와 「아키노」대통령에게 도전했었던 야당지도자 「엔릴레」 전국방장관도『「아키노」대통령의 민주화정책이 성공할수 있도록지원하겠다』며 공격의 화살을 정부내의 부패문제에 돌렸다.
이같은 분위기를 두고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선거의 관심은 이념이나 정책이 아니라 「아키노」 대통령의 후보가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아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키노」대통령의 남동생인 「호세·코후앙코」가 이끄는 라반당은 이러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상원의원24석중 18석, 하원 2백석중 1백30석정도를 차지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르코스」잔존세력인 신사회운동당, 좌익세력인 신정치연합, 그리고「엔릴레」가 이끄는 우익보수의 민주대연합등 야당그룹은 이번 선거에서 그들의 존재를 인식시키는 정도에서 그칠것이 예상된다.
결국 필리핀민주주의 사활이 걸려있는 이번 선거는 「아키노」 대통령에게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다시 부각시키면서 정치적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계기가 될것이 틀림없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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