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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 너무 의존…연극과의 균형 못 맛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선생님은 우리 신에게로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
5월 공연계에 거세게 불어닥친 베스트셀러 소설의 연극화 붐 현상중 하나인 『사람의 아들』(이문열 원작)의 첫 공연이 문학독자·연극팬 관심속에 막이 올랐다.
소설이 무대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즉물적으로 보여줌으로 해서 필연적으로 공존하게되는 문학적 상상력의 파괴와 연극적 상상력의 획득은 어느 정도 서로 균형을 이룰 것인가 하는 등의 논란이 작가·연출가·제작자 사이에서 일고 있는 탓인지 이번 공연은 특히 주목을 끄는 것 같다.
지난 79년 4백장짜리 중편소설로 쓰여졌던 것을 올 1월에 1천3백장의 장편으로 개작, 재출간해 30만부 돌파라는 초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이 작품은 잘 알려진대로 한 젊은이의 종교적 탐색이라는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다.
민요섭은 장래가 촉망되던 신학도였으나 인간의 고통스런 현실에 눈뜨면서 신에 대한 회의를 품고 방황의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가 조동팔을 만난다. 조동말은 민요섭의 기독교에 대한 부정과 현실에의 관심에 크게 감화받고 그의 사상에 자신의 삶을 던진다.
그리하여 둘은 인간을 진실로 이해하는 새로운 신 「아하스·페르츠」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민요섭의 신에 대한 항변은 그의 기독교에로의 회귀와 함께 실패로 끝난다.
등장 인물도 이에 따라 민요섭 (정동환)·조동팔 (김갑수)·남형사 (이승호)로 압축되고 남자 (우상전)·여자 (김소정 분)가 다양한 역할을 겸하면서 연극 진행에 생기를 부여한다.
마치 잘 가다듬어진 한편의 추리물처럼 빠른 진행을 보여주는 연출력 (하태신)과 출연진 5명의 고른 연기가 인상적이나, 작가 이문열씨가 직접 개작했다는 희곡은 소설의 줄거리에 너무 의존한 탓인지 원작에선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상력과의 만남을 기대했던 관객들의 욕구는 상당부분 충족시키지 못한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양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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