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장, 비자금 용도에 함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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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범양상선 박건석 회장과 한상연 사장의 외화도피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한사장과 함께 비자금 조성책인 전뉴욕지사장 김영선 전무가 29일 상오 자진출두함에 따라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를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한사장이 1차 조사에서 『회사의 비자금을 일부 사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으나 사용처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완강히 함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29일 김영선 전무를 상대로 비자금 규모를 파악한 뒤 30일부터 한사장을 상대로 비자금의 사용처를 집중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사장이 계속 함구할 것에 대비, 비자금 중 일부가 공무원·은행간부들에게로 비용 뇌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1차로 범양과 거래가 많았던 서울신탁은행·산업은행·외환은행 등의 관계자들에 대한 추적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검찰은 박회장과 한사장의 주식 위장분산·부동산 위장매각 사실을 캐기 위해 29일 상오 범양의 조영시 공동대표를 다시 소환, 조사 중이며 이밖에 남계호 감사등 임원 3명을 소환했다.
한펀 이문치 상무는 28일 검찰에서 『비자금은 파트별로 나누어 거사적으로 조달했으며 사용처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화주들에게 t당 1달러씩 지불해온 게 관례였다』고 진술하고 83년 허성길 전무가 데드 스페이스를 이용, 1회에 20만달러씩 모두 2백만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자진출두한 전뉴욕지사장 김영선 전무는 불구속수사키로 했으며 4월1일 현재 범양뉴욕지사의 비자금 은행구좌에는 잔고가 3만7천달러 밖에 없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이문치 상무는 검찰에서 범양의 비자금은 업무분야별로 거사적으로 조달했다고 진술했다.
진술에 따르면 비자금 조달의 총책은 한상연 사장과 김영선 전무이며 정기계약된 화물 이외에 선박의 빈칸인 데드 스페이스를 이용한 운임빼돌리기는 허성길 전무가 맡았고, 보험가입에 따른 리베이트(사례금) 빼돌리기는 영업담당인 이문치 상무가 했으며 기밀비는 경리담당파트가, 항공료 사례비는 총무담당자, 외화송금 빼돌리기는 관리본부장과 뉴욕지점장 등이 각각 나눠 맡았다는 것.
◇출국정지=법무부는 28일 박회장의 부인 이영신씨(55)와 장녀 박은심씨(30) 등 가족 2명과 범양상선의 오배근 공동대표·이규헌 전경리담당이사·영업조정실장 유병무 이사·김광태 전기획담당상무 등 모두 12명을 검찰의 요청에 따라 출국정지 조치했다.
이밖에 추가로 출국정지된 5명은 대한화재해상보험의 김성사대표와 심응권 특종부장 등 2명을 비롯, 함성용(주)미륭회장, 오세일 범양상선 전부산지점장·계익호씨 등으로 이들은 모두 박회장에게 명의를 빌려줘 재산을 분산토록했다는 혐의로 알려졌다.
이로써 이사건 관련 출국정지된 사람은 모두 20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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