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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2명 입양해 키운 위안부 할머니 별세…정부 등록 피해자 39명만 남아

중앙일보

입력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중앙포토]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중앙포토]

경남 남해에 살던 위안부 피해자 박숙이 할머니가 6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지난달 26일 노환으로 남해읍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박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정부 등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39명으로 줄었다.

박 할머니는 1923년 남해군 고현면 바닷가에서 태어났다. 16살 때 집 앞 바닷가에서 조개를 캐다 외사촌 여동생과 함께 일본군에 끌려갔다. 이후 일본 나고야를 거쳐 중국 만주 등으로 끌려가 7년간 지옥 같은 고초를 겪었다. 이 과정에 여동생은 탈출을 시도하다 목숨을 잃었다. 혼자 살아남은 박 할머니는 해방을 맞았지만 곧바로 귀국하지 못하고 만주에서 더 떠돌다 1951년 부산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후 삼베 짜는 일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40살쯤에 남자와 여자 아이 한 명씩을 자신의 호적에 입양해 아들과 딸로 키웠다. 이 중 아들이 박 할머니가 숨을 거둘 때까지 옆에서 간호를 했다. 딸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다.

박 할머니는 남해군 청소년들에게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남해지역 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며 청소년을 상대로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일본의 공식 사과와 피해자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할머니는 생전에 “일본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잘못했다고 빌어야 한다. 다시는 나쁜 짓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해군은 광복절 70돌인 지난해 8월 15일 남해읍 아산리 여성인력개발센터 앞 소공원(487㎡)에 박 할머니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박 할머니의 빈소는 남해읍 남해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8일 오전 10시, 장지는 공설종합묘원인 ‘남해추모누리’다.

남해=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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