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돼도 헌재 결정 지켜보며 담담히 갈 각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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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6일 “탄핵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이 탄핵안에 대해 자유 표결 방침을 정한 데 대해서도 수용 입장을 밝혔다.

오늘 오후 이정현·정진석 청와대에서 55분간 면담
정진석 “박 대통령도 탄핵안 자유 표결 입장 수용”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정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전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9일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자진해서 하야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헌재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한 채 ‘법대로’ 배수진을 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15분쯤 청와대로부터 ‘박 대통령이 만나길 원한다’는 연락이 왔다”며 “오후 2시에 청와대에 도착해 55분간 박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 탄핵안 표결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뒤 “탄핵안이 가결되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당에서도 이런 입장을 생각해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정 원내대표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정 혼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과 의원님들께 두루두루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영수회담을 수용하고 야당과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근본적으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 추천 총리도 제안했는데 야당이 거부했다. 그 이후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의 대화 제안도 수용했는데 이마저도 무산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도저도 안 됐지만 국정 위기를 풀어볼 마음이 간절했고 이후 담화 형식으로 발표를 했었다”며 “그 담화에서 국회에서 결정해주는 대로 따를 것이고, 또 국회 결정대로 평화롭게 법과 절차에 따라 전권을 이양하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던 중 새누리당에서 내년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이란 당론을 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를 위해 정국을 안정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당론으로 정한 것이라 생각했고, 또 그때부터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쭉 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는 주말 촛불집회와 이에 따른 당론 결정 과정에 대해 보고한 뒤 “현실적으로 내년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이란 현 당론이 유지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설명했다고 정 원내대표는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9일 탄핵 절차는 헌법이 정한 절차대로 따를 수밖에 없으며,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따라 자유 의사에 따라 표결에 임해야겠다”고 말했고, 이에 박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고 정 원내대표는 소개했다.

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55분간 차분하게 말씀드렸다. 박 대통령도 시종 차분한 가운데 주로 얘길 듣는 편이었다. 많이 수척해지셨다”며 “박 대통령이 두세 번에 걸쳐 의원들에게 많이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우리 생각이 어떻든 간에 박 대통령은 탄핵으로 하는 것보다는 사임쪽으로 받아주길 바라는 심정을 전달한 것 같았다”며 “저도 개인적으로는 둘 다 물러나는 것인데 시기가 비슷하다면 탄핵보다는 사임이 더 안정적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이르면 오늘 중 4차 대국민담화를 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탄핵안의 키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9일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겠다”며 사실상 탄핵안 찬성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도 자유투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전하자 이날 대국민담화 대신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면담 형식을 빌어 자신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박신홍·박유미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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