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예산’ 2500억 삭감…문체부서만 1748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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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깎인 예산 규모가 25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심사 단계에서 이른바 ‘최순실 예산’을 대거 삭감한 결과다.

문화벨트 1274억 중 860억 깎아
“상임위부터 쫀쫀하게 심사했다”

국회 예결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2일 “상임위 단계부터 예산 심사를 굉장히 쫀쫀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경우 새벽 5시까지 심사를 진행하는 등 관련 상임위에서 굉장히 꼼꼼하게 현미경 심사를 해 왔다”고 말했다.

국회 예결위에 따르면 최순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였다. 예결위는 1748억원의 문체부 예산을 최순실 예산으로 분류해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1274억원 중 860억원이 삭감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경우 민주당은 최씨 측근인 차은택씨가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뛰어들면서 예산 증액이 편법으로 이뤄졌다고 주장, 예산을 대폭 축소 조정했다.

실제로 2014년 첫해 71억원이던 예산은 점점 불어나 7000억원 규모의 거대 프로젝트로 변했다. 문체부의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도 차씨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편성됐다는 의혹에 따라 800억원 중 280억원이 잘려 나갔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추천 콘텐츠를 이 펀드의 추천 대상에 포함하도록 내놓은 게 발단이었다.

가상현실콘텐츠 육성 사업 예산도 192억원 중 81억원이 삭감됐다. 운영 과정에서 최씨 지인으로 알려진 업체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나온 게 삭감 배경이었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지휘한 체육 분야 예산도 크게 줄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스포츠산업펀드 조성 사업은 300억원에서 232억원이 깎였다. 평창 겨울올림픽 지원 예산 중 빙판디스플레이 갈라쇼를 위한 20억원은 국회가 전액 삭감했다. 차씨 스승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자신이 대표로 있던 업체에 관련 기술 개발사업 일감을 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밖에 예결위는 외교부가 주관하는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도 144억원 중 42억원을 삭감했다. 코리아에이드 정부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에 미르재단 관계자가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최씨 국정 농단 여파로 청와대 특수활동비도 줄었다. 내년도 특수활동비 예산 146억원 중 22억원에 손을 댔다. 15억원은 집행내역을 보고해야 하는 업무추진비로 변경됐고, 나머지 7억원은 깎여 나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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