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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학업중단한 소녀, 호주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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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 키펠(62)

수진 키펠(62)

호주 대법원 113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법원장이 탄생했다. 호주의 선데이모닝헤럴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말콤 턴불 총리가 정년 퇴임하는 로버트 프렌치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수잔 키펠(62·사진) 연방대법관을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공식 취임은 내년 1월 말이다.

‘최초’라는 화려한 기록을 세운 키펠은 남다른 이력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턴불 총리가 지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키펠의 스토리는 영감을 준다”고 밝혔을 정도다.

퀸즐랜드주 케언즈에서 태어난 키펠은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0학년 때인 15살에 학업을 중단했다.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직업학교에서 비서 교육을 받은 뒤 로펌에서 법률 비서로 일을 시작했다. 공부를 병행해 고등학교 졸업 자격도 얻었다. 법률을 공부한 끝에 1975년엔 퀸즐랜드주 변호사가 됐다. 이후 캠브리지 대학에서 법학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현지 신문인 ‘디 오스트레일리언’에 따르면 키펠은 “인생의 이른 시기에 길을 찾고 따라갈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며 “매 순간 지지와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법조인으로 활동하면서 키펠은 유리천장을 하나씩 깨기 시작했다. 1993년엔 여성 최초로 QC(Queen’s Counsel, 여왕의 자문변호사)에 선정됐다. 명목상 호주의 국가원수인 여왕의 호칭을 사용해 최고의 변호사에게 수여하는 영예다. 1993년엔 퀸즐랜드주 대법원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2007년엔 세 번째로 여성 연방 대법관에 임명됐다.

키펠은 총리 지명을 받은 뒤 발표한 성명에서 “대법원이 출범한 1903년 이래 대법원장을 지낸 저명한 법조인들과 같은 길을 걷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또 “대법원까지 오는 여러 이슈들은 국민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사회 중요 기관인 대법원의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호주 법조계는 신임 대법원장 지명을 환영하고 있다. 호주 변호사위원회의 스튜어트 클락 회장은 “키펠은 이미 선구적인 여성 법조인”이라며 “그의 성공은 법조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키펠의 대법원장 임명으로 인한 대법관 공석엔 42세의 제임스 에델만 연방 판사가 지명됐다. 턴불 총리는 “1974년생인 에델만은 나머지 대법관들과는 다른 세대지만, 34세에 이미 옥스퍼드대 법학 교수를 지냈다”며 새 대법관의 젊음과 능력을 동시에 강조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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