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史 새로 쓰는 北…석탄 수출 38%로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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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금수 품목에 은, 동, 아연, 니켈 추가
연간 30억 달러 수익 중 8억 감소 기대
3000만 달러 상당 대형 조형물 수출도 금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 2321호를 채택했다.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제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에 쓰는 외화 획득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이 5차 핵실험(9월9일)을 감행한 지 82일 만에 채택된 결의 2321호는 전문 10개항, 본문 50개항 및 5개의 부속서로 구성됐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조항이 대거 포함된 게 특징이다. 석탄 등 북한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의 총액ㆍ총량 제한선을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고,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특권 박탈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71년 유엔 제재 사상 처음이다.

결의안 26항은 “모든 회원국은 북한산 석탄을 연간 750만t 또는 4억 달러 어치까지만 수입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북한산 석탄 수입 총량ㆍ총액을 2015년(1960만t 수출, 10억 5000만 달러 수익) 대비 38%로 제한한 것이다. 총량과 총액 중에선 수익이 적은 쪽이 선택된다. 예를 들면 2015년 기준으로 석탄 750만t의 가치는 3억 5000만 달러인데, 이럴 경우 3억 5000만 달러가 상한선인 4억 달러보다 적기 때문에 총량 제한이 적용된다.

결의는 또 석탄을 수입하는 국가는 해당 석탄 수입 대금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무관하다는 확인과 함께 매달 수입 현황을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또 제한 총량·총액의 95%에 도달하면 제재위는 모든 회원국에 이를 알리고 즉시 북한 석탄 조달을 중단하라고 통보하도록 했다. 수입 보고 의무는 북한산 석탄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주로 지게 될 전망이다.

결의 19항은 “안보리의 예방조치 혹은 강제조치의 대상이 되는 회원국에 대해선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특권 행사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위협 금지 등 회원국의 의무를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회원국은 안보리 권고에 따라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특권 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유엔 헌장 2장 5·6조에 근거한 것이다. 이미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하고, 지속적으로 강제조치인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은 이미 특권 정지의 요건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단 게 정부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상 언제든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경고로, 이런 내용은 과거 이란 등 다른 나라에 대한 제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문구”라며 “북한이 유엔 제재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이다. 모두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석탄 수출 제한을 통한 북한의 외화 획득이 7억 달러 정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입이 전면금지되는 광물엔 은, 동, 아연, 니켈이 추가됐다. 이를 통한 북한의 외화 획득은 약 1억달러 정도 감소할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석탄과 추가 광물을 통해 8억원의 외화 소득이 감소한다는 계산인데, 이는 북한의 연간 총수출액(약 30억달러)의 4분의을 넘어서는 수치다.

‘8억+알파’ 요소도 있다. 북한인이 만들었거나 북한에서 수출하는 조형물 수입 금지 조항(29항)이다. 북한은 그간 세네갈,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에 대형 조형물 수출해 수익을 얻어왔다. 조형물 한 개 당 가격은 1000만~3000만달러를 호가하며, 김정은 체제 이후에도 10여개의 대형 조형물을 수출했다고 한다. 북한 선원 고용도 금지했다.

새 결의는 또 모든 회원국은 제재위원회가 사전에 허가하지 않는 한 90일 내에 북한 내에 있는 대표 사무소, 자회사, 은행계좌를 모두 폐쇄하도록 했다. 아직 정확한 유권해석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조항은 북한 내에서 활동중인 제3국과 북한의 합작회사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북한 내 합작회사는 5개 미만으로 추산된다. 정부 당국자는 “50개에서 40개로 줄어드는 것과 5개에서 0개로 줄어드는 것의 효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모든 회원국은 대북 무역을 하는 자국민에 대한 수출신용, 보증, 보험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즉 북한과의 거래시 손실에 대비하는 무역보증보험 등을 들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해외노동자에 대한 언급도 대북 안보리 결의상 처음으로 포함됐다. 34항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자금 획득을 위해 주민을 해외에 송출하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이런 관행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다. 북한 해외노동자들은 최소 5만명이며, 연간 12억~23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결의는 이런 소득이 WMD 개발에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체 인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명시적으로 이런 우려를 한 만큼 여러 나라가 북한 노동자 수입을 재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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