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역전 홈런 친 테임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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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임즈 한국팬에게 인사 [인스타그램 캡처]

테임즈 한국팬에게 인사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에선 3년을 보내면서 그는 인생 항로를 바꿀 만한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프로야구 NC의 4번타자 에릭 테임즈(30)가 5년 만에 메이저리그로 돌아간다.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는 29일(한국시간) 테임즈와 3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조건도 파격적이다. 2017년 연봉 400만 달러(약 47억원)로 시작해 매년 100만 달러씩 인상된다. 네번째 해인 2020시즌에는 밀워키가 선택권을 갖는다. 밀워키가 테임즈를 붙잡으려면 연봉 750만 달러를 내야한다. 방출할 경우에도 밀워키는 테임즈에게 100만 달러를 주기로 했다. 출장에 따른 인센티브(매년 최대 50만 달러)도 있다. 최소한 3년 동안 1600만 달러(187억원), 많게는 4년간 2450만 달러(286억원)를 받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2013년 메이저리그 연봉(49만 달러)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몸값이 뛰었다.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 조항도 포함됐다.

테임즈의 에이전트인 애덤 카론은 "여러 구단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신속하게 밀워키로 결정했다. 밀워키가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밀워키도 테임즈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홈구장 밀러파크에서 열린 입단식에는 데이비드 스턴스 밀워키 단장, 크레이크 카운셀 감독이 참석했다. 스턴스 단장은 "한국에서 3년간 큰 활약을 했다. 테임즈가 우리 타선에 부족한 좌타 라인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1루 뿐만 아니라 좌·우익수도 볼 수 있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2시즌 이후 5년 만에 빅리그 무대를 밟게 된 테임즈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등번호 7번이 달린 유니폼을 입은 테임즈는 "한국에서 경기 상황을 읽는 법을 배웠다. 즐겁게 나를 바꾼 시간이었다. 처음 메이저리그에 왔을 때는 공격적인 타자였지만 지금은 투수를 상대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빅리그에) 복귀할 준비가 됐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테임즈는 한국 생활의 즐거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한국에서) 저스틴 비버, 브래드 피트, 리오넬 메시에 맞먹는 스타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수염을 밀면 팬들이 알아볼지 아닐지 궁금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에이전트 카론은 "마치 비틀즈와 함께 다니는 것 같았다"고 했다. 테임즈는 "한글은 배우기 쉬웠다. 말하기는 아기 수준이었지만 (글로) 내 생각을 표현하기는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테임즈의 계약은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한국에서 뛰다 MLB로 돌아간 선수들은 여럿 있었지만 다년계약을 한 선수는 테임즈가 처음이다. KBO리그에 대한 평가가 올라갔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 위원은 또 "예전에는 빅리그에서 뛰던 노장급 선수들이 한국에 왔지만 최근엔 테임즈나 로사리오처럼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테임즈처럼 한국에서 성공한 뒤 다시 돌아가는 케이스가 늘어날 수 있다. 그만큼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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