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투자 얼어붙어 제조업 가동률 IMF위기 수준…‘소비절벽’도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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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1998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산과 투자 모두 얼어붙으면서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올 10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를 기록했다. 10월 통계를 기준으로 외환위기가 닥쳤던 98년(69.8%)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다. 국내 제조공장 10곳 중 3곳은 멈춰서 있단 의미다. 연말 특수를 앞두고 바쁘게 돌아가야 할 공장이 도리어 식기 시작했다.

생산과 투자 모두 위축됐기 때문이다. 10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과 비교해 0.4% 줄었다. 9월(-0.8%)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과 조선·해운 구조조정, 수출 부진, 철도파업 영향이 겹쳤다. 설비투자도 10월 한 달 새 0.4% 감소했다. 9월(-2.1%) 이후 2개월 연이어 줄었다.

소매판매는 10월 들어 ‘반짝’ 살아났다. 전월 대비 5.2% 증가했다. 그러나 9월(-4.5%) 실적이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낮아 현 수치가 좋게 보이는 착시효과) 여파가 컸다. 정부와 유통가에서 실시한 코리아세일페스타 영향도 있다. 일시적 반등이었던 만큼 고꾸라질 가능성도 크다. 최근 경제·정치 상황과 맞물려 연말 소비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소비 경기를 지탱했던 중국 관광객 특수도 더는 기대하기 힘들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7월을 정점으로 해서 8월, 9월, 10월 3개월 연속 중국 관광객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낸 ‘산업활동 동향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 신(新)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 금리 인상 가능성,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파업 장기화,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고용 증가세 약화, 소비·투자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이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부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특히 국내 경제에 큰 위험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외 변동성 확대와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소비·투자 심리의 위축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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