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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의 위안화 굴기…미 달러 넘어 세계 패권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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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동하  부산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김동하
부산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꿈(中國夢)은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의 자리를 탈환하는 것이다. 자연히 각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중 하나가 중국 위안화의 미 달러화 따라잡기다. 지난 10월 위안화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 통화가 되며 엔과 파운드를 제치고 달러와 유로에 이은 세계의 세 번째 주요 통화가 됐다. 위안화가 세계 1위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을까.

마오쩌둥 초상화 그려진 위안화
유럽으로 번진 재정위기 타고
세계 변방에서 중심으로 급부상

중국 인민복 차림을 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화가 그려진 위안화는 10년 전만 해도 ‘국제 통화’로서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급격히 바뀌었다. 유럽으로까지 번진 재정위기가 위안화를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끌어낸 것이다.

빨라지는 위안화 국제화 시간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야심이 눈에 띄게 드러난 건 2009년 3월이었다. 당시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이 달러화 대신 SDR를 기축통화로 쓰자고 주장하면서다. 이후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 조건을 갖추기 위해 숨 가쁜 여정을 달려왔다.

민간 싱크탱크들은 중국의 제13차 경제·사회 발전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20년엔 위안화가 ‘준비 통화’(대외 지급을 위해 보유하는 통화)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다시 5년 후인 2025년까지는 아시아 지역의 공용 통화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당시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이었던 천위루(陳雨露, 현 인민은행 부행장)는 30년 안에 위안화가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근엔 유명 경제학자인 청쓰웨이(成思危) 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 위안화가 준비통화의 지위를 확보하는 시기로 2023년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선결조건인 환율 자유화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5000달러에 이를 때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충족되는 위안화 국제화 조건들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올라서려면 우선 국제통화로서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IMF는 그런 국제통화의 조건으로 크게 국제적 사용도(준비통화, 자본·무역거래, 외환시장)와 경제력(경제 규모, 무역 네트워크, 투자 적격성, 자본거래 개방성, 양적 금융 심화)을 꼽는다. 중국은 2009년 이후 바로 이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 국내외 환경 조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환경 조성을 위한 첫 번째 노력이 바로 위안화의 무역결제 허용이다. 2009년 이전엔 기존 국제통화(달러·엔·유로·파운드)로만 거래했기에 기업들은 환전 수수료를 내야 했다. 하지만 2012년 3월부터 중국 내 모든 기업은 위안화를 무역결제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2015년에만 중국 전체 무역액의 29.4%가 위안화로 결제되기에 이르렀다.

두 번째는 중국 내 자본시장 개방 확대다. 2014년 11월에 후강퉁(?港通,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을 실시했고, 선강퉁(深港通, 선전과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이 곧 시행될 계획이다. 2013년 7월엔 대출 금리를, 2015년 10월에는 예금 금리마저 자유화했다.

세 번째는 가장 더딘 분야로 꼽히는 환율 자유화다. 관리 변동 환율제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일일 변동폭을 확대하고, 환율 결정 방식을 시장화하는 등 꾸준히 전진해 왔다. 또 상하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나 유로 외에도 남아공 랜드, 말레시아 링깃, 러시아 루블 등 총 11개의 통화가 위안화와 직거래되고 있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해외 환경 조성 중 첫 번째는 2008년 시작한 위안화 통화 스와프의 지속적 확대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위기 방지를 위해 외국 중앙은행과 체결하는 자국통화 교환 협정이다. 이는 위안화 안정성을 상대 국가들이 인정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약 3조2000억 달러)인 중국은 2015년 말 현재 세계 33개 국가 및 지역과 3조3100억 위안에 달하는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두 번째는 위안화 역외 허브 구축이다. 지난 9월 현재 한국을 비롯해 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미국·캐나다·러시아 등 21개 국가에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을 설치하는 등 위안화 역외 허브 구축에 힘쓰고 있다.

세 번째는 IMF와 같은 국제 금융기구로부터 위안화를 인정받는 일이다. 그중 하나가 IMF의 SDR 바스켓 편입이다. IMF는 장부상 통화인 SDR의 가치를 결정할 때 그동안 달러·유로·파운드·엔화를 참고해 왔다. 그러나 지난 10월부로 여기에 위안화가 추가된 것이다.

위안화의 편입 비중은 10.92%로 달러(41.73%), 유로화(30.93%) 다음이다. SDR 편입으로 딤섬본드(해외 발행 위안화 표시 채권)와 판다본드(중국 내 외국 기업 발행 위안화 채권) 발행이 늘어날 전망이다.

기축통화 부상의 걸림돌은?

위안화가 SDR에 편입된 이후 기축통화로 부상하는 데 어떤 걸림돌이 있을까. 가장 큰 문제로 자본계정과 환율의 완전 자유화 미완성이 꼽힌다. 중국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작전이다. 1985년 이후 급격한 평가절상으로 국제화에 실패한 엔화의 전철을 피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환율 개혁은 조심스럽게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의 견제도 중국이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달 15일 미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자마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은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위안화의 국제화 과정을 살펴보면 ‘무역결제통화→ 투자통화→ 준비자산통화→기축통화’ 라는 순서를 밟아 왔고 이제 그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현 단계에서 중국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달러화를 추월하는 게 아니라 중국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위안화의 위상 구축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해 6월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는 해로 2026년을 전망했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전 세계에 조성될 위안화 허브에서 결제·투자·운용을 도모하면서 이후 자연스럽게 기축통화로 견인되길 기다리자는 것이 중국의 전략이다.

브렉시트로 영국 파운드화의 힘이 빠지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주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시행으로 동남아·중동·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 74개 국가에서 위안화에 대한 비축·사용·결제가 늘어날 것은 플러스 요인이다.

가장 최근에 제시된 목표는 ‘오일 위안화’ 시대 개막이다. 국제 원자재 시장 가격 결정권에 참여하기 위해 상하이(上海)에 위안화 표시의 원유 선물시장이 개설될 예정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원유 수입국(3.35억t)인 중국은 총 소비량의 63.5%를 수입했고, 이는 전 세계 소비량의 7.7%에 해당한다.

위안화 경제권에 대한 한국의 대응

첫 번째로 국내 금융기관들은 위안화 업무를 강화해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교역 시 위안화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위안화가 날이 갈수록 결제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데 비해 한국 내 교역에서 위안화 비중은 미미해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한계가 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무역 중 위안화 결제 비중이 30% 가까이 되나 우리의 위안화 결제는 5% 정도에 그치고 있다.

두 번째는 지난해 12월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양국 간 무역과 위안화 결제를 동시에 촉진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이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거두고 있어 위안화 결제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중국의 자유무역구(FTZ)와 일대일로 프로젝트 내 위안화 정책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2013년 생긴 상하이FTZ에서 위안화 환전 및 금리 자유화, 외자 기업에 대한 내국민 대우 등이 먼저 시행됐으며 이들 조치는 이후 추가된 FTZ 10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선 투자 대상국과의 위안화 결제 시스템 구축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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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 세미나에서 ‘위안화 국제화’의 종결점을 묻는 질문에 ‘소말리아 해적들이 인질 몸값을 위안화로 요구할 때’라는 비유로 화두를 던진 적이 있다. 이제 그 날짜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동하 부산외국어대 중국학부 교수

◆김동하

국민대 중문과를 나와 중국 칭화대 법학석사, 한국외국어대 국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환은행경제연구소·포스코경영연구소에서 중국 금융과 산업을 연구했다. 주요 저서로 『위안화 경제학』 『중국경제론』(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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