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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관 장식 머그잔, 신라 토우 모양 비누, 혼밥족 접시 …

중앙일보

입력

박물관마다 기념품 가게가 있다. 기념품 품질은 제각각이다. 실용적이지 않은 상품도 있다. 실력 있는 공예 작가의 출품 기회도 많지 않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국내 공예 상품의 품질 향상에 나서 눈길을 끈다.

공예품 품질 향상 나선 KCDF

KCDF가 전국 국립박물관의 공예품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실력 있는 신진 공예작가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두 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첫 번째 사업은 전통문화 유산을 활용한 상품 개발이다. KCDF는 지난 4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한국문화재재단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향후 우수 문화상품 개발을 KCDF가 적극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KCDF는 유·무형 문화재, 박물관 소장품, 전통 공예의 제작 기법 등을 현대적 디자인에 접목해 대표적인 문화관광 상품, 패션 생활용품 같은 융·복합 상품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쉽게 말해 전통 문화유산을 현대화된 디자인과 접목한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왕실 금제(金製) 유물의 섬세하고 화려한 세공 기술을 문구세트나 책갈피·머그잔 등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신라시대 토우 유물은 신라인의 동작·표정을 재치 있고 익살스럽게 만든 흙 장난감이다.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현재 생활 속에서 유용한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현대적 소재와 색감을 활용한 비누도 있다.

전통문화유산 계승, 신진 공예작가 육성

이렇게 만들어진 공예 작품은 전국 국립박물관의 기념품 가게에서 만날 수 있다. KCDF는 박물관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최정철 원장은 “기존의 문화상품이 대부분 유물의 이미지만 기념품에 입힌 데 그쳤다면 KCDF가 새로 개발하는 공예 상품은 옛 선조의 생활과 멋을 담아내면서 실생활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사업은 신진 공예작가의 스타 상품 개발이다. KCDF가 2013년부터 추진해 온 이 사업은 국내 실력 있는 신진 공예작가를 10~20명가량 뽑아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들 작가는 공모전을 통해 선발한다. 작가가 자신의 공예 작품을 구상해 만들고 가격을 책정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이 분야 최고 전문가가 돕는다. 이렇게 개발한 공예 작품의 판로도 KCDF가 지원한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KCDF 갤러리숍에서 신진 작가의 공예작품을 진열해 판매한다. 국내외 KCDF가 참여하는 전시회에 공예작품을 출품할 수도 있다. 올해 신진 작가 11명이 최종 선발돼 공예작품을 만들고 있다.

KCDF는 이들에게 작가 육성지원금 500만원씩 전달했다. 이들 작가는 연 3~4회가량 전문가의 디자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또 12월 8~1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KCDF가 주관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6 공예 트렌드 페어’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번에 뽑힌 신진 작가들은 전통적인 소재에 현대적 기술을 더하거나 감각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김교식 작가의 ‘우디’(사진1)는 최근 혼자 생활하는 것이 익숙한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 ‘혼술족’(혼자 술 마시는 사람)을 위해 만든 접시·잔이다. 그는 “전문가의 멘토링과 피드백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공예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임서윤 작가는 ‘주머니 낭’(사진2)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필낭’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필낭은 과거 한복을 입을 때 소매 안에 넣거나 옷 한쪽에 매달고 다니는 납작한 물건이다. 천을 사선으로 접고 접어 주머니를 만들고 입구에 주름을 잡아 끈을 꿰어 만든다. 임 작가는 “과거 필낭과 달리 손으로 들거나 어깨에 메는 현대식 가방처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천 두 조각을 붙여 제작했다”며 “사용자 중심에서 공예상품을 만드는 과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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