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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로봇과 하키 게임 즐기다보니 AI와 친해진 느낌 드네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AI가 바둑에 이어 장학퀴즈 우승까지 휩쓰는 것을 보고 나니 머릿속에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게다가 ‘5년 내 선진국에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세계경제포럼)’ 같은 뉴스를 접하기라도 하면 더 막막함을 느끼게 되죠. 그런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바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입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답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아트센터 나비에서 열리는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AI와 휴머니티’ 전시를 찾았습니다. AI 시대에 주역이 될 세 명의 학생기자 김송아린(서울 돈암초 5)·김현송(부천 역곡초 6) 마채영(인천 동명초 6)이 동행했습니다.

김현송 학생기자가 ‘브레인 팩토리(Brain Factory)’를 체험하고 있다.

김현송 학생기자가 ‘브레인 팩토리(Brain Factory)’를 체험하고 있다.

2013년 ‘일자리의 미래’란 보고서를 발표한 옥스퍼드대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AI 시대 생존법”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대인관계를 통해 협력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력”을 인간이 가진 고유 영역이라고 꼽았죠. 세계경제포럼의 저스틴 우드 아시아 총괄국장은 “AI를 빨리 받아들이는 유연성과 코딩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드 국장은 “코딩은 컴퓨터의 발전 속도에 맞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무지하면 변화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어요.

인공지능과 창의력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AI와 휴머니티’전 인공지능과 창의력

전문가들의 말을 정리해보면,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이렇습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방향성을 제시하며 협력하는 것. 또 AI로 인해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AI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기보다 친숙하게 받아들여 잘 활용하는 방법이 필요하겠죠.

동물 분류기(Animal Classifier)’. AI가 14가지 기준에 따라 자의적으로 동물을 분류해 모니터에 이미지를 띄운다.

동물 분류기(Animal Classifier)’. AI가 14가지 기준에 따라 자의적으로 동물을 분류해 모니터에 이미지를 띄운다.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AI와 휴머니티’전은 이런 전문가들의 해법을 잘 풀이해놓은 듯합니다. AI를 다양한 작품으로 보여주며 친근함을 느끼게 해주죠. 전시의 기획 의도 역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일’입니다. 전시를 기획한 안성은 연구원은 “기술과 인간의 공생이 필요한 시대에 어떤 식으로 공생해야 할지를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탄뎀(Tandem)’이 그린 그림. 사람이 터치스크린에 그림을 그리면(오른쪽 위), AI가 이미지를 덧입혀 완성한다(아래).

탄뎀(Tandem)’이 그린 그림. 사람이 터치스크린에 그림을 그리면(오른쪽 위), AI가 이미지를 덧입혀 완성한다(아래).

전시는 다양하고 친근한 방식으로 AI를 소개합니다. 예를 들면 인간과 기계가 함께 작업하는 식이죠. ‘탄뎀’이란 작품은 관람객이 터치스크린 위에 그림을 그리면, AI가 표현한 이미지가 오버랩 돼 새 작품이 나옵니다. ‘인공지능 에어하키’는 로봇팔과 인간이 하키 게임을 벌입니다. 인간이 그러하듯, 게임을 계속할수록 로봇팔의 실력이 향상돼 승부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키 게임에 도전한 아린 학생기자가 “이런, 쉽지 않네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죠.

안성은 연구원(맨 왼쪽)이 ‘테라패턴(Terrapattern)’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위성으로 촬영한 도 시 지형을 AI에 학습시킨 후 비슷한 형태의 지역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안성은 연구원(맨 왼쪽)이 ‘테라패턴(Terrapattern)’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위성으로 촬영한 도 시 지형을 AI에 학습시킨 후 비슷한 형태의 지역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철학적인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도 있습니다. 신승백·김용훈 작가의 ‘동물 분류기’입니다. 동물 분류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보르헤스의 에세이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에서 언급한 ‘중국의 어떤 백과사전’에 쓰여 있다는 독특한 분류법 14가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황제의 소유인 것’ ‘방부처리 된 것’ ‘길들여진 것’ 등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AI가 동물의 이미지를 분류해 14개의 모니터로 보여줍니다. 꼼짝 않고 있는 앵무새를 ‘방부 처리된 동물’로 분류하는 등 뭔가 미묘한 사진들을 볼 수 있죠. ‘분류의 행위 중에 자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는 보르헤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입니다.

김송아린(왼쪽에서 두 번째)학생기자가 ‘인공지능 에어하키’의 로봇팔과 하키 게임을 하고 있다.

김송아린(왼쪽에서 두 번째)학생기자가 ‘인공지능 에어하키’의 로봇팔과 하키 게임을 하고 있다.

반면 ‘브레인 팩토리’는 AI 기술의 절정을 보여주는 듯한 작품입니다. 뇌파 측정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하나의 단어로 보여주죠. 또 이 정보들을 모아 3D프린터를 통해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냅니다. 현송 학생기자가 뇌파를 측정하는 헤드셋을 착용하자 나온 단어는 ‘사랑’입니다. 그는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감정을 데이터로 뽑아내고 3D프린터로 재현해낸다는 점은 놀라웠다”고 말했죠. 또 현송 학생기자는 전시를 통해 “예술의 폭이 생각했던 것보다 넓다는 것, 그리고 어렵게 생각했던 AI와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채영 학생기자도 전시를 둘러본 소감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미래에 우리는 자신의 직업은 물론이고, 사람끼리 소통하고 공감하는 일도 소중하게 생각할 것 같다”고요. 로봇과 인간이 공생하는 사회에서조차, 감성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특성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랍니다.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 AI와 휴머니티

장소 서울 종로구 서린동 아트센터 나비
기간 2017년 1월 20일까지 오전 11시~오후 6시 (주말·공휴일 휴무)
요금 무료
문의 02-2121-1031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AI는 사람이 가르친 대로 발전…함께 성장해야

안성은 아트센터 나비 연구원 인터뷰

김현송·마채영·김송아린 학생기자(왼쪽부터)가 안성은 연구원(왼쪽에서 세 번째)과 인터뷰하며 AI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김현송·마채영·김송아린 학생기자(왼쪽부터)가 안성은 연구원(왼쪽에서 세 번째)과 인터뷰하며 AI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전시를 둘러본 김송아린(서울 돈암초 5)·김현송(부천 역곡초 6)·마채영(인천 동명초 6) 학생기자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안성은 연구원을 인터뷰했습니다. AI란 무엇을 말하는지, 또 인간과의 공생은 어떻게 가능한지 등을 물어봤습니다.

―(현송) AI의 뜻을 학생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설명해 주세요.
“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의 약자예요. 쉽게 말하면 사람의 머리를 기계에 옮겨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어요.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넣고 인간의 지능으로만 가능했던 사고·학습 등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실현한 것이죠. 이렇게 학습한 내용들을 추론하고 인지해 결과를 도출해내는 시스템을 인공지능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채영) 전시 제목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여러분도 전시를 봤으니 알겠지만, 어떤 작품은 기계가 사람처럼 반응해서 똑똑하다고 느껴지고, 어떤 작품은 아직 사람이 낫다고 생각되죠. 흔히 AI 시대가 오면 일자리가 없어지며 불안해질 것이라고 느껴요. 하지만 AI와 사람의 관계를 현 시점에서 분석해봤을 때, 아직까지 인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숱한 연구 결과예요. 이런 점을 소개하려고 했죠. ‘아직도 인간이 필요한 이유’가 질문이라면 대답은 ‘필요하다’예요. ‘AI와 휴머니티’는 인공지능과 사람의 관계를 작품으로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다 붙이게 됐죠.”

―(현송) AI는 예술 분야에 어떻게 활용되나요.
“소설을 쓰거나, 그림 그리는 AI 사례들이 있어요. 책을 학습한 다음 그 내용에 대해 말하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작곡하는 AI도 있죠.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AI 사례예요. 반면 이번 전시는 AI와 사람이 합동해 결과를 보여주는 작업이 많아요. 로봇팔과 사람이 하키 게임을 하거나 AI와 사람이 함께 그림을 그리는 식이죠.”

―(채영) AI가 만든 창작물이 인간의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보시나요.
“양민하 작가의 ‘해체된 사유와 나열된 언어’라는 작품이 있어요. 채영 학생과 비슷한 질문 즉, 예술 행위는 꼭 사람이 해야만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 것에서 시작된 작품이에요. 여러 과학자·철학자의 언어를 학습시킨 AI가 스스로 사유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보여주죠. AI가 책을 20만 권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2~20초 정도라고 해요. 학습은 빠르지만 이후 사람처럼 글을 쓴다든가, 지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아직 완전하지 않아요. 물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이 좋아질 순 있겠죠. AI와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고, 창작물의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 필요하다고 봐요.”


―(아린) 요즘 학계에서는 “인간이 기술의 주인인가? 기술이 인간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이 많이 거론된다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트센터 나비의 노소영 관장은 이번 전시를 설명하며 AI를 사람의 아기로 비유했어요. 아주 똑똑하지만 아직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걷거나 행동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아기라고요. 이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인간의 역할인 거죠. 실제로 지금의 인공지능은 사람이 가르쳐 준 대로 학습하고 발전해나가는 방식이에요. 누가 누구의 주인인 것을 넘어서, 서로 공생의 관계라고 이해할 수 있어요.”


―(아린) AI 시대에 인간의 본질은 AI 시대가 아닐 때와 어떻게 달라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인간보다 똑똑한 무언가가 나타난다고 해서, 인간의 본질이 달라지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물론 위기감은 느낄 수 있겠죠. 하지만 인간의 기술이나 인간만이 가진 가치를 통해 AI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어요. 때문에 AI 시대에 인간의 본질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린) AI와 경쟁이 아닌 조화를 이루며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를 경쟁자 또는 일자리를 뺏는 존재라고 생각하기보다 인간과 함께 고민하며 성장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채영) 가장 주목해야 하는 전시 작품을 추천한다면요.
“인간의 감정과 관계된 ‘브레인 팩토리’를 추천하고 싶어요. 현대는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믿는 시대죠. 인공지능이라는 첨단 기술 앞에서, 사람의 감정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묻는 작품예요. ‘동물 분류기’라는 작품도 있어요. AI가 어떤 임무를 멋지게 완수했다 해도, AI를 가르친 것은 결국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죠. 그리고 사실은 그 사람마저도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고요.”

정리=이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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