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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술과 당뇨병(허갑범 (연세대 의대 교수·내분비 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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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당뇨병은 임상적인 특징에 따라서 인슐린 의존형(제I형) 과 인슐린 비 의존형 (제II형)으로 분류했으나 최근에는 인술린 요구형 (영양 실조형·제III형) 이 당뇨병 분류에 추가되었다.
제I형 당뇨병은 주로 30세 이전의 청소년기에 발생하고 인슐린 분비 장애가 심하기 때문에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으면 혼수에 빠지기 쉬운 것이 특징이다.
제II형 당뇨병은 대부분 40세 이후에 발병하고 인술린의 절대적인 부족보다는 비만증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말초 조직이 인술린에 대한 감수성이 둔화되어 당 대사 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한편 제III형 당뇨병은 어느 연령층에서든지 발생되나 주로 15∼40세 사이의 연령층에 호발되며 성장기에 있어서나 당뇨병 발병 전에 영양 결핍, 특히 단백질의 섭취부족으로 인하여 저체중의 상태 (표준체중의 90% 이하) 에서 발병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III형 당뇨병은 지금까지 경제 수준이 낮은 열대 지역의 주민에서만 영양 실조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국내에서도 식성의 특이성, 즉 편식이나 과음 등으로 인하여 영양 불균형이 있는 환자에서 당뇨병이 발생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영양실조형 당뇨병은 체중이 낮으면서 혈당치가 매우 높은데도 당뇨병성 혼수에 빠지지 않는 것이 제I형 당뇨병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당뇨병은 2차성 영양 결핍증이라고 한다. 즉 허기가 지고 입맛이 좋아서 많이 먹지만 인술린이 부족하여 피 속에 흡수된 포도당이 나아미노산이 세포 속으로 운반되지 못하기 때문에 세포는 기근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술은 지방질이나 농축된 함수탄소와 더불어 고열량 식품이지만 인체의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엄격한 식이 요법이 필요한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과음을 하면서 안주도 많이 먹으면 열량의 과잉 섭취로 인하여 당뇨병이 더욱 악화된다.
또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계속해서 과음을 하면 지방질 대사에도 나쁜 영향을 주어 특히 혈청 중성지방이 상승되기 때문에 동맥 경화증의 진행을 촉진한다. 이에 따라서 심장 질환 (협심증·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중풍) 등이 오기 쉽고, 이러한 환자가 담배를 많이 피우면 더욱 심혈관 질환이 발생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혈당 조절을 게을리하면서 과음을 반복하면 간장에도 손상을 주어 지방간이나 간염, 또는 간경변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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