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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대출 때 소득 따지고, 입주 뒤 원금·이자 동시 상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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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파트 집단대출 억제 가이드라인

앞으로 분양받은 신규 아파트의 잔금을 대출받으려면 소득이 증명돼야 한다. 잔금 대출을 받더라도 원금을 분할상환해야 한다. 정부가 이달 초 전매제한 강화 등을 담은 11·3 대책을 통해 청약 문을 좁힌 데 이어 집단대출 문턱까지 높였다.

금융위원회는 새 아파트 잔금 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를 24일 발표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건 집단대출 중 잔금 대출이다. 적용 대상은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공고를 하는 아파트다. 은행·보험뿐 아니라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전 금융권에서 전면 적용된다.

내년 분양공고하는 사업장 대상
소득 입증 못하면 고정금리 대출
2019년부터 가계 빚 1조 감소 기대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통상 은행으로부터 집단대출을 받는다. 분양가의 60~70%에 해당하는 중도금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내다가 입주 때 이를 잔금 대출로 전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도금 대출에서 잔금 대출로 전환할 때 소득 증빙을 위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고 원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내년 이후 분양을 받은 아파트 입주민은 잔금 대출 이자를 내기 시작한 날부터 대출 원금도 함께 갚아나가야 한다. 예컨대 분양가 4억2900만원짜리 아파트의 잔금 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하면 3억원까지 가능하다. 종전에는 대출 후 거치기간 5년까지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연 3%의 대출이자를 적용하면 월 75만원만 내면 됐다. 하지만 내년부터 분양공고가 나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초기에 월 132만원(상환 기간 30년)가량의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다만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달리 소득 증빙이 어렵거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높아도 잔금 대출이 거절되진 않는다. 대신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중도금 대출은 상환 기간이 2년 정도로 짧고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상환을 보증하는 보증부 대출이어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번 대책은 실수요자에겐 영향이 없지만 과도하게 차입을 해서 분할상환이 부담스러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1~10월 은행권 집단대출 증가액은 17조9000억원으로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분(56조7000억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실제 잔금 대출이 이뤄지는 2019년부터 매년 1조원 규모의 가계부채 감축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분양시장 과열이 식고 신규 분양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11·3 대책(전매제한, 청약 1순위 요건 강화 등)으로 분양권 전매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빠진 데다 잔금 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소득이 불확실한 수요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단대출 규제는 분양 수요를 누르는 조치인 만큼 계약금만 가지고 분양권 투자에 나섰던 투기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내년 분양시장의 청약경쟁률이 떨어지고 신규주택 공급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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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분양시장의 냉각과 건설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다가온 미국의 금리 인상과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인한 주택가격 폭락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을 계기로 분양시장이 꺾이면 그나마 경제성장을 이끌던 건설경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소득 증빙 자료를 기초로 상환 능력 범위에서 돈을 빌리고 빌린 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지금까지는 새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대출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한애란·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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