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지난 9월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을 놓고 “절반은 인종·성차별주의자로 개탄스럽다”라고 비판했다. 클린턴이 비난했던 집단이 이른바 ‘대안 우파’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가 “평범한 지지자들을 개탄할 집단으로 몰았다”고 반박하는 빌미를 줘 클린턴은 하루 만에 사과 성명을 내야 했다.
대안 우파는 당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존의 정통 보수를 경멸하는 극우적 움직임을 일컫는 용어다. 그래서 티 파티(Tea party) 처럼 전국에 조직화된 지도부가 있는 게 아니다. ‘4챈(4chan)’, ‘8챈(8chan)’ 등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자기들끼리 반페미니즘과 인종주의, 국수주의, 성소수자 비난을 주고 받던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가 부상하며 달라졌다. 무슬림 입국을 전면 금지하며, 멕시코 불법이민자를 성폭행범으로 묘사한 트럼프의 주장은 인터넷의 어두운 구석에서 돌아다니던 대안 우파들의 채팅과 맞아 떨어졌다.
대안 우파는 성명을 내고 조직을 결성하는 오프라인의 우파와는 달리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이미지나 사진·채팅을 주고 받는 신세대 방식으로 트럼프를 대안 우파의 대변자로 상징화했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개구리 페페(사진)’다. 만화 ‘보이스클럽’에 등장하는 개구리 캐릭터에 엉뚱하게 트럼프를 입혀 이를 온라인에서 확산시키며 트럼프 지지세를 넓히는 방식이다. 소셜미디어분석센터의 알렉스 크래서돔스키-존스는 CNN 기고에서 “공화당과 보수가 트럼프 지지를 놓고 흔들릴 때 한 집단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대안 우파가 왜 등장했는지를 놓고 BBC는 웹사이트 믹(Mic)의 저널리스트인 앤서니 스미스의 설명을 인용했다. 스미스는 “(2008년) 미국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나오자 갑자기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우파들이 그늘 속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흑인 대통령의 집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들이 인터넷 공간에 자신들만의 참호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대안 우파의 창구인 브레이트바트의 운영자였던 스티브 배넌이 백악관에 들어가며 이들은 이제 주류에 편입됐다. 크래서돔스키-존스는 “주류 언론이 만든 인포그래픽과 시각화된 데이터는 대안 우파의 짤방(memes)에 의해 지워졌다”며 “대안 우파가 앞으로 온라인 정치를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