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차관 "금메달? 국민들 금방 잊어. 단국대 교수 해야지" 박태환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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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선수

박태환 선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최측근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난 5월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선수에게도 협박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19일 SBS에 따르면, 김종 전 차관은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 여부가 논란이 되던 지난 5월 25일 이른 아침, 비밀리에 박태환과 소속사 관계자들을 만났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금지약물 투여 때문에 국제수영연맹으로부터 18개월간 선수자격을 정지당했던 박태환에게 이중 징계에 해당하는 규정으로 리우 올림픽 출전을 제한하려고 했다.

박태환 측은 대한체육회의 이중 징계 방침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정싸움까지 갔다.

당시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박태환이 대한체육회의 뜻대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각종 특혜를 주겠지만, 반대로 출전을 강행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김 전 차관은 박태환에게 리우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경우 "기업들도 소개해줘서 같이 훈련하게 하고, 예를 들어 수영 클럽 만들겠다고 그러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서로가 시너지가 날 수 있으면…(중략) 부담 없이 도와주고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나는"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건 내가 약속해 줄 수 있어. 그렇게 해주려는 기업도 나타났어"라며 기업 스폰서를 붙여줄 수 있다고 호언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반면 그는 자신의 뜻과 달리, 박태환이 올림픽 출전을 강행할 경우 "(올림픽에 출전해서) '금메달 땄으니까 광고 주쇼' 그러면 광고 들어와? 대한체육회서 인정하지 않으면 어거지로 나가서 그러면 어느 광고주가 태환이에게 붙겠냐 이거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태환의 모교인) 단국대 교수 해야 될 것 아냐? 교수가 최고야. 왜냐하면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 행정가도 될 수 있고 외교로 나갈 수 있고 다 할 수 있어. 그래서 교수하려는 거야"라며 "서로가 앙금이 생기면 정부도 그렇고… 정부가 부담 가지면 대한체육회도 그렇고… 예를 들어 단국대가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기업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대한체육회하고 싸운 애인데. 예를 들어 대한체육회하고 싸워서 이겼어. 이긴 게 이긴 게 아니라고, 난 그렇게 보는 거예요"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어. 그래서 국민들이 환호했어. 그래서? 국민들은 금방 잊어요. 이랬다 저랬다가 여론이야"라며 우리 국민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김 전 차관은 대한체육회의 이중 징계 규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바꿀 수 없다며 박태환에게 이를 수용하라고 강요했다.

그는 "태환이가 '올림픽 안 나가겠다, 선수 안 뛰겠다' 하면 대한체육회에서 도의적으로 어쨌든 (잘못된) 룰은 룰이니까 빨리 고치자, 신속하게 국제적으로도 맞추고"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 다 신경 쓰지 마. 딱 내가 원고 하나를 써서 그거 읽고 끝! 딱 결정문 읽어버려. 그리고 질문 없습니다. 대답하지 마"라고 말하며, 올림픽 출전 포기 기자회견과 구체적인 방식까지 주문했다.

그는 자리를 떠나며, 박태환과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이날 자신을 만난 것을 다른 곳에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후 김 전 차관은 '박태환을 따로 만난 적이 있는가'라는 일부 언론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SBS는 "한 시간 이상 들은 녹취록에서 박태환 측도, 그 자리에 동석한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도 거의 말을 하지 못한 채 김종 전 차관이 혼자 말하다시피 했다"며 "상황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꾸는 김 전 차관이 과연 검찰 수사는 제대로 받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박태환은 이같은 협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리우 올림픽 출전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박태환 측은 스스로 자구책을 찾은 끝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했고, 재판소는 박태환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체육회도 더 이상 그의 올림픽 출전을 반대할 근거가 없어 결국 박태환의 리우 행을 허용했다.

박태환은 대한체육회와의 지루한 소모전과 훈련 부족 탓에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14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제10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등 4관왕을 차지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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