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또 보류…강남 재건축 잇단 브레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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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주공 1단지 전경

반포 주공 1단지 전경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1·3 부동산대책으로 한파를 맞은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에 이번엔 난기류가 몰아치고 있다. 반포·잠실 일대 굵직한 재건축단지의 사업계획이 서울시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가뜩이나 매수세가 꺾인 상황에서 재건축사업 추진에도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시장이 더욱 움츠러드는 양상이다.

압구정·잠실 이어 사업계획 난기류
서울시 “교통·기반시설 계획 미진” 두 번째 퇴짜
조합 “2018년 이익환수제 부활 땐 부담 더 커져”
11·3 대책 뒤 매수세 꺾여…시장 더 위축될 수도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도시계획위원회는 반포 주공 1단지(1·2·4주구) 정비계획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못 내고 보류시켰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보류 결정이다.

단지 길이(1㎞)가 긴 데다 규모(5748가구 건립 예정)도 크고 지하철역 3개(구반포역·신반포역·동작역)를 끼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교통·기반시설 계획이 미진하다는 이유에서다. 최승대 서울시 도시행정팀장은 “재건축 시 교통대란, 주거환경 악화 등이 우려되는 만큼 전체 반포지구 차원의 교통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장 소위원회에서 밀도 있게 검토한 뒤 본회의에 재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논의 시기 등을 특정하지 않아 도계위 본회의에 언제 상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인근 신반포 3차·2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단지도 지난 7월 비슷한 이유로 재건축계획이 보류돼 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시는 ‘최고 50층 건립’ 계획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지구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묶은 데 이어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의 ‘50층 건립’ 계획에 대해서도 ‘재검토’ 의견을 냈다.

현재 시는 도시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근거해 주거지역에 아파트를 건립할 때 35층 이하로만 짓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도심 또는 광역 중심 기능을 하는 상업 또는 준주거지역의 주상복합은 50층 이상 건축이 허용된다. 조합은 이를 근거로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주변을 준주거지역으로 종(種) 상향하는 재건축계획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 계획안을 보면 잠실역 주변뿐 아니라 단지 곳곳을 50층으로 짓도록 돼 있는데 조합이 사업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며 “시의 도시계획 방향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단지 주민들은 “과잉 규제”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반포 주공 1단지의 한 주민은 “서울시가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 주공 5단지 조합사무실은 며칠간 주민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앞으로도 서울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재건축단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50층 내외의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만 해도 대치동 은마아파트, 반포지구 등 적지 않아서다.

해당 단지들은 사업에 차질을 빚으면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특히 사업의 후속 절차가 지연되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 부담금)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다. 초과이익환수제는 가구당 3000만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최대 절반까지 환수하는 제도다. 환수제가 적용되면 강남 재건축 시 가구당 많게는 1억원 이상 부담금을 낼 것으로 보인다. 환수제를 피하려면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야 한다. 업계는 사업 속도를 감안할 때 최소 현재 ‘조합 설립 인가’ 단계 이상 사업을 추진한 단지가 환수제를 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반복되면 강남 재건축아파트 값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1·3 대책에 이어 ‘트럼프 쇼크’에 따른 정책적 불확실성이 겹쳐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시가 강남권 재건축시장에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규모가 워낙 큰 단지들이어서 좀 더 꼼꼼히 검토하는 것일 뿐 규제를 강화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강남 아파트 값은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값은 한 주 새 0.06% 떨어져 전주(-0.03%)보다 하락 폭이 커졌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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