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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기자의 패킹쿠킹] ⑮ "밖에서 놉시다" - 간월재 백패킹 실패기

중앙일보

입력

9월의 간월재 모습. 주말을 맞아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박경훈]

이런 모습을 기대하며 간월재에 올랐다. [사진 박경훈]
간월재에서의 백패킹 전면금지를 알리는 안내문. 장진영 기자
대피소에서 하룻밤 머문 다음날 간월재 모습. 장진영 기자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잃지 않기 위해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하는 것. 그것이 백패킹의 목적이다. 장진영 기자

백패킹을 시작하면서 꼭 가고 싶은 장소 세 군데를 선정했습니다. 굴업도, 비양도(제주도 우도), 간월재. 이곳들을 내 마음속의 삼대장으로 삼았습니다. 거리나 지형적 특성상 혼자 가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일행들과 일정을 맞추고 실행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세상의 끝처럼 보이는 언덕이 있는 굴업도의 바람은 부드러웠습니다. 홀수날과 짝숫날의 배가 다른 경로로 항해하는데 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다녀올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배를 타고 또 걸어서 들어간 비양도의 밤은 포근했습니다. 섬 안의 풀들이 한 쪽 방향으로 다 누워있을 만큼 바람이 세게 부는 곳인데 그날만큼은 고요함과 따뜻함으로 맞아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간월재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이나 컸습니다. 흐드러지는 억새밭을 지나 안개 가득한 산맥 아래 잠드는 꿈을 꾸었습니다.

등산객들이 다 하산했을 시간을 기다려 간월재에 올랐습니다. 간월재의 얼굴이 궁금했습니다. 오늘 밤 바람이 거칠면 어쩌나. 밤 하늘 별을 얼마나 많을까 기대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허무하게도 간월재에서의 백패킹은 할 수 없었습니다. 적당한 묵인과 이용객들의 자정 노력으로 이어지던 것이 몇몇 무분별한 백패커들의 행동으로 인해 전면 금지가 되었습니다. 허무하더군요. 비도 내리고 어두워졌는데 하산이 걱정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대피소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대피소 관리인으로부터 백패킹 전면 금지가 된 이유를 들었습니다. 적당히 먹고 마시며 하룻밤 지내고 등산객들 올라오기 전에 철수하는 건 이해하는데, 과도한 음주와 흡연 그로 인한 주변 사람들과의 분쟁과 오물 투척으로 도저히 손쓸 엄두가 안 났다고요.

백패킹의 본질은 걷다가 잠시 머무는 것입니다. 흔적 없이 밤을 보내는 노력이 필요하죠. 평소에 하던 행동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실행할 수 있습니다. LNT(Leave No Trace) 운동으로 대표되는 몇 가지 행동지침을 소개합니다.

LNT(Leave No Trace) 운동

▶미리 충분히 계획하고 준비하기
▶안정된 지면에서 캠핑하기
▶쓰레기를 최소화 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처분하기
▶손 대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기
▶불 사용은 최소화 하기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존중하기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머문 곳에 흔적을 남기지 마세요.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갈 여행자일 뿐이니까요.

글·사진=장진영 기자artjang@joongang.co.kr , 백패킹 사진제공=박경훈


▶ [장진영 기자의 패킹쿠킹] 더 보기
① "요리를 합시다" - 파인애플 새우 구이
② "요리를 합시다" - 가자미술찜

③ "요리를 합시다" - 골뱅이 튀김
④ "요리를 합시다" - 마시멜로 샌드위치 - 스모어
⑤ "요리를 합시다" - 맥주 수육
⑥ "요리를 합시다" - 계란 옷 입은 만두, 에그넷
⑦ "밖에서 놉시다" - 하늘을 지붕 덮는 밤, 백패킹
⑧ "요리를 합시다" - 피맥을 부르는 만두피 피자
⑨ "요리를 합시다" - 우와! 우아한 브런치
⑩ "요리를 합시다" -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땐, 밀푀유 나베
⑪ "밖에서 놉시다" - 혼자 하는 캠핑, 솔로 캠핑
⑫ "요리를 합시다" - 에그인헤븐
⑬ “밖에서 놉시다” - 내 텐트를 소개합니다
⑭ “요리를 합시다” - 기억으로 먹는 맛, 카레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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