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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살 노익장 박동진 옹 사흘 계속 판소리 마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판소리의 대가 박동진 옹이 7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3일간 계속되는 판소리 무대를 국내 처음으로 가져 주목을 끌고 있다.
판소리 발표회는 한 무대에 적어도 3∼4시간씩 쉬지 않고 서서 불러야 하는「중노동」에 해당하는 연주.
이번에 3일간 실시되는 박 옹의 발표회는 소극장 산울림(신촌)이 개관2주년 기념으로 오는17∼19일까지(하오4시30분)마련하는 것.
17일에는 『춘향가』를, 18일에는 『심청가』를, 19일에는『흥보가』를 각각 부르게 되는데 완 창의 경우 6∼8시간 걸리지만 박 옹의 건강 등을 고려해 이들 작품의 주요대목만 연이어 3∼4시간씩 고수의 강단에 맞춰 쉬지 않고 부르게 된다.
『심청가』의 경우 심청이 물에 빠지는 장면에서 심봉사를 만나는 장면까지, 『흥보가』의 경우 흥보가 박을 타는 장면에서 놀부가 완전히 패가망신하는 부분까지를 중점적으로 그리게 된다. 『춘향가』는 춘향과 이도령이 만나는 대목, 이도령이 과거를 보고 금의환향하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묘사.
게다가 박 옹은 오는 28일(하오3시) 국립극장소극장에서 또 한차례『배비장전』의 완창 무대를 가질 계획이라 젊은이 못지 않은 노익장으로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판소리『적벽가』로 중요무형문화재 5호 보유자에 지정된 그는 장시간의 판소리 연창으로 유명한데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통 큰소리, 즉흥적인 익살과 해학, 다양한 발림(동작)으로 큰 인기를 누리는 명창이다.
충남 공주출신으로 17세에 판소리에 임문, 올 들어 55년에 이르는 박 옹은 판소리 12마당을 모두 외어 완 창할 수 있는 유일한 소리꾼.
당대의 명창이었던 김창진에게서『심청가』를, 정정렬에게서『수궁가』를, 조학진에게서『적벽가』를 배운 그는 지난 69년 장장 8시간 쉬지 않고 『춘향가』를 완 창(50년만의 일), 매스컴의 초점이 되기도 했었다. 『판소리는 악보에 구속됨이 없이 소리꾼의 마디(창본·음악)·아니리(곡이 없는 사)·발림·북 장단·관중의 추임새 등 이 조화될 때 제 맛이 난다』는 박 옹은 그 동안『충무공 이순신 장군』『치악산』『예수 전』등 5편의 판소리도 완성해 냈다.
이번 발표회의 북 장단을 맡을 고수는 김동준 씨(소극장 산울림무대) 및 박 옹과 50년간 콤비로 활약한 명고 김득수·김명환(국립극장)씨 등이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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